"5년째 적자인데"... 쌍용차 인수 나선 쌍방울에 커지는 불안감

입력
2022.04.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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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림, 지난 5년간 매년 200억~300억원 당기순손실
쌍방울, 지난 2020년 유상증자해 절반을 빚 갚아
'제2의 에디슨모터스 사태' 우려도

쌍용자동차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쌍방울그룹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적자 행진만 이어온 쌍방울그룹의 쌍용차 인수가 무리수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실한 쌍방울그룹의 현재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쌍용차 인수합병(M&A)까지 남은 약 6개월의 시간도 촉박하단 관측까지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광림과 쌍방울, SBW생명과학(전 나노스), 비비안, 아이오케이 등 쌍방울그룹 내 주요 상장사들은 지난 2017~21년 사이 대부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내 쌍용차 인수의 주축인 광림은 2019년(-60억2,000만 원)을 제외하곤 지난 5년간 매년 200억~300억 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쌍방울은 2018년에 952억7,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19년(-364억 원)과 2020년(-161억1,000만 원), 2021년(-185억6,000만 원)에도 잇따라 적자 행진만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SBW생명과학과 비비안, 아이오케이도 5년 연속 당기순손실에 머물렀다.

이들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지난 5년간 대부분 적자에 그쳤다는 부분도 부정적이다. 광림만 최근 2년간 매년 1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 흑자를 거뒀고, 쌍방울과 SBW생명과학은 각각 2018년과 2020년에 6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 흑자를 가져왔지만 이외의 지난 5년 동안엔 연이어 적자만 봤다. 2020년 8월 58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쌍방울에선 이 중 320억 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쌍방울그룹의 자금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 배경이다.


시장의 평가도 냉정했다. 실제 쌍용차 인수를 둘러싼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4일부터 '롤러코스트' 행진 끝에 5일엔 급락으로 마감했다. 5일 주식시장에서 광림은 전날보다 6.80% 내린 4,250원에, 쌍방울은 6.11% 하락한 1,230원에 각각 마감했다. 이밖에 SBW생명과학(-28.26%), 미래산업(-20.94%), 비비안(-28.82%), 아이오케이(-26.14%) 등을 포함한 나머지 쌍방울 계열사 주가도 고전했다. 아울러 쌍방울그룹의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KH 필룩스 그룹의 주가도 급락했다. KH 필룩스(-22.53%), KH E&T(-13.88%), KH 일렉트론(-15.87%) 등이 크게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쌍용차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제2의 에디슨모터스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 상장사인 에디슨EV도 쌍용차 인수 호재에 주가가 60배까지 뛰었다가 인수가 좌절된 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최근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으면서 현재는 주식거래도 중지됐다.

쌍방울그룹에선 다른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쌍용차 인수자금엔 최소 1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쌍방울그룹은 앞서 이스타항공 인수과정에서 1,000억 원 정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자금을 마련하기엔 그룹 내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재무적투자자(FI)와 산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데, 산은은 최근 인수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6,000억 원 정도의 연매출을 갖춘 쌍방울그룹이 매출 2조 원에 달하는 쌍용차를 품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부터 나온다. 특장차 사업을 하는 광림과 완성차업체인 쌍용차는 기업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쌍방울그룹은 쌍용차에 대한 인수 의지가 크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쌍방울그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