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한국은 성차별 문제 그리 심각하지 않다"

입력
2022.04.05 16:00
"102위 성별격차지수,  자살률만큼 심각하지 않아"


"여성인권 증진, 가부장제 타파만 얘기할 게 아니라, 하루 40명씩 죽어나가는 현실을 봐야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여성가족부 폐지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꺼낸 건 '자살률'이었다. 성차별은 과거에 비해 개선된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살률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성평등보다는 인구정책을 세심하게 다루는 부처가 더 시급하다는 논리였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5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토론회에 참석한 이 교수는 "우리나라 성차별지수가 높다는 주장만 계속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뭔가"라고 반문하며 "여성 지위가 과거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여기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다양한 지표를 들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상 한국 성별격차지수(GGI)가 156개국 중 102위로 낮긴 하지만 20년 동안 세계 1위인 자살률만큼 심각한 지표는 아니다"면서 "유엔 양성불평등지수(GII)에선 우리가 11등이고 아시아에선 1등"이라고 말했다. 유엔 지표에선 우리 성평등 수준이 상위권이란 걸 강조한 것이다.

의료수준이 높고 진학률이 높은 한국은 모성 사망비, 중등교육 이상 이수 비율 등을 넣는 GII 순위는 높지만, 성별 임금이나 여성 정치 참여율, 고위직 비율 등을 따져보는 GGI에선 매년 하위권이다.

'부처 해제+위원회 신설'에 찬성

이 교수는 이 같은 맥락에서 지금 중요한 문제는 '성평등'보단 '인구 감소'라고 봤다. 성평등 시각에서 양육과 보육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살아있는 인구도 (자살로) 감소하는 판에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하겠나"며 "미래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두툼한 가족지원 등을 아울러 인구정책을 다루는 부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평등 정책은 굳이 독립부처로 있을 필요 없이 대통령직속 양성평등위원회가 각 부처를 지원하면 된다는 의견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온 홍성걸 국민대 교수도 △여가부 가족 정책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통합하고 △모든 부처 정책을 양성평등 원칙으로 감시하는 양성평등위원회 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책효과 위해 독립부처 있어야" 반론도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위원회 형태로 정책 평가 및 조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는 "1998년 여성특별위원회 때도 머리만 있고 팔다리가 없어 제 기능을 못 했는데 그 당시로 후퇴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등으로 업무 이관 역시 회의적이다. 이복실 전 여가부 차관은 "경력단절여성 지원,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양육비 이행 확보 제도 등 고용노동부와 복지부, 교육부가 미처 살필 여력 없는 사각지대 업무 예산을 따오고 법제화한 게 여가부"라며 "이미 비대한 타부처로 보내면 하위 업무로 전락하고 사각지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차인순 교수는 △성평등 일자리 정책 △청년정책 조정 △복지부 보육, 아동, 노인, 출산 정책을 합친 돌봄정책 강화 등으로 여가부를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복실 전 차관도 "여가부와 복지부는 업무 중복 등의 문제가 있으니 효율성 높이는 차원에서 개편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맹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