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철학자가 국영 매체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탈나치화의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반(反)러 성향 우크라이나 전ㆍ현 정권에 투표한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와 이르핀 등 곳곳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포착되는 등 ‘제노사이드(인종 말살)’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당화하는 주장이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지만 국영 매체에 실린 주장이라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 철학자이자 방법론자인 티모페이 세르게이체프 모스크바주립대 지노비에프 국제연구센터 고문 명의의 기고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게재했다. 세르게이체프 고문은 기고문에서 “나치와 반데라주의(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러시아를 파괴하고자 하는 서방의 도구 등은 러시아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내 나치 동조자에 대한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게 기고문의 핵심이다. 세르게이체프 고문은 “반데라 엘리트의 재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에겐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전·현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한 국민들 역시 단죄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는 반러 깃발을 앞세워 집권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우크라이나인 모두 ‘나치 동조자’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중의 상당수는 수동적 나치지만 그들 역시 유죄이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는 기술적으로는 전범으로 처벌받을 수 없는 대중에 대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탈나치화를 기치로 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것으로, 잔혹한 민간인 학살도 탈나치화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는 “러시아는 오데사와 하르키우, 드니프로, 마리우폴 등에서도 파시스트를 완화하기 위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완전 점령해 속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조지아나 발트3국과 달리 ‘국민국가(nation-state)’가 될 수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국가 건설’은 필연적으로 나치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탈우크라이나화’가 필수적”이라고도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 건설은 곧 인위적 반러시아 행위라고 주장하면서다. 세르게이체프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소(小)러시아와 신(新)러시아 영토”라면서 “서구 편향적으로 만들어진 민족주의는 자연적인 경계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러시아의 영토로 종속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세르게이체프 고문은 “우크라이나의 나치즘은 (2차대전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보다 러시아와 세계에 더 큰 위협”이라며 “나치에서 해방된 땅에서 더 이상 ‘우크라이나’라는 이름을 써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탈나치화된 (우크라이나) 지역은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 및 조직 지원에 의존해야 하며 이것이 곧 러시아에 대한 ‘속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