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부산 울산 경남지역 산업현장에서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 노동계가 법 시행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며 사고 책임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외적으로 안전 관리를 강조하지만 현장에선 바뀐 게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4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7시 44분쯤 판넬2공장에서 가스절단기(산소와 아세틸렌이 화합할 때 발생하는 고열로 금속을 자르는 장비)를 이용해 철판을 다듬는 작업을 하던 A씨(53)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안면 등에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당시 현장에서는 동료 2명이 함께 작업 중이었으나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고 이틀 전에도 A씨와 같은 종류의 절단기를 쓰던 50대 노동자가 화상을 입었던 점과 안전관리자 없이 작업을 강행한 점을 들어 관리부실이 빚은 인재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가스를 이용한 작업 중 발생한 크고 작은 화재와 폭발로 수많은 노동자가 화상을 입는 등의 피해를 당해왔다”며 “전문가를 투입해 모든 산소-에틸렌 절단 관련 작업 공기구에 대한 안전성을 점검하고 전면교체를 통해 위험성을 제거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폭발은 가스와 전혀 관련 없는 공구함에서 발생했으며, 안전관리자는 24시간 근무하며 현장을 순찰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작업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원·하청 관계자가 입건되면 울산에선 첫 사례가 된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아닌 중대재해 예방에 있음에도 법 시행 전후 사고발생 빈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부산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사고는 총 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건과 비슷하다. 실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지난 1월 24일에도 50대 근로자가 크레인 작업 중 대형철판과 기둥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16일 부산진구 건물 해체 공사장, 23일 기장군 신축 공사장, 25일 연제구 주차타워 등에서 노동자가 연이어 목숨을 잃었다.
경남에서도 지난달 14일 삼천포화력발전소, 16일 함안 철강공장 등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근로자 1만명 당 사망자 수인 '사고사망만인율'로 따져도 지난해 기준 경남 0.70, 부산 0.49, 울산 0.47으로 모두 전국 평균치(0.43)를 웃돈다.
노동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안전에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생산현장에서는 단 하나도 바뀌는 게 없다”며 “법 시행 취지가 무색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