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에 신혼집 마련하길 참 잘했죠.”
2019년 결혼한 윤세진(34)씨는 울산 울주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을 가장 잘한 일로 꼽는다. 울산 시내 집값이 급등한 데 따른 차선책이었지만, 울주군이 신혼부부 대상 지원사업을 다수 시행하면서 살림살이에 적지 않은 혜택을 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혼부부 주택 매입·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사업이다. 2억 원 대출금 한도로 이자의 2%, 연간 400만원까지 4년 동안 최대 1,600만원을 지원한다. 윤씨도 지금 집을 얻으면서 2년간 700여만 원을 지원받았다. 첫 아이를 얻은 지난해에는 출산장려금이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올랐고, 군청이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사를 파견해 준 덕에 아이를 키우기도 수월했다. 윤씨는 “임신 중에도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1회 5만 원씩 진료 교통비를 지급받았다”며 “신도시처럼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많은 데다 각종 복지혜택까지 감안하면 이만큼 살기 좋은 주거지도 드물다”고 말했다.
1인당 지역총소득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산업수도’ 울산에서도, 특히 울주군은 재정 사정이 좋은 알짜 지자체로 통한다. 2020년 기준 울주군 전체 세입 규모는 1조 2,264억 원으로, 기초지자체 평균액 9,082억 원보다 3,182억 원 많다. 자체수입은 3,325억 원으로 기초지자체 평균액(1,333억 원)의 2.5배다. 채무는 0원이다.
월등한 재정역량을 기반으로 복지 정책을 확대한 울주군은 2022 전국 지방자지단체 평가 중 군 부문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군 부문은 해당 지자체가 82개에 달해 전 부문 중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그룹으로 꼽힌다.
울주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전국 최초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섰고, 또 전국 최초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진학을 목표로 하는 만 18세 청소년에게 성장지원금(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모두 튼튼한 곳간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정책들이다.
함께 1등급에 오른 전남 구례군은 재정역량에서는 울주군 뒤지지만 행정서비스는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보건 영역에서 1위를 차지해 국내 대표 장수 지자체의 자존심을 지켰다. 60세 이상에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치매노인에게는 영양제와 미끄럼방지 양말 등을 담은 돌봄꾸러미를 지원하는 등 어르신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구례군은 지난해 말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지역 주민 건강을 관리하는 사업을 내놓으며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의사, 코디네이터, 간호사, 영양상담사, 운동상담사가 함께 참여해 개인별로 24주간 건강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전문가의 비대면 맞춤 상담을 제공한다.
구례군은 재정역량 평가에서도 재정건전성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최근 2년 간 지방채 38억 원을 조기 상환하고 이월 체납액 징수 목표의 113%를 달성하는 등 재정구조 개선이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평가를 진행한 최지영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연구교수는 “종합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지자체들 모두 재정 측면과 함께 건강 관련 지표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며 “지자체의 우수한 재정상태와 건강 수준은 삶의 질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