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비대면 진료(전화 상담)를 예약했는데, 2시간 뒤에 갑자기 취소 통보가 왔어요. 그러더니 자비로 돈을 내면 진료를 해주겠다는 거예요. 확진된 것도 서러운데, 너무 화가 났습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36)씨는 최근 PCR 검사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이튿날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앱으로 비대면 진료를 예약했다가 이런 일을 겪어야 했다. '확진자로 등록이 안 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씨는 "간호사가 비밀 알려주듯이, 진료비를 직접 부담하겠다고 하면 진료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코로나19 의료대응 체계 변화로 동네 병·의원의 역할이 확대됐지만, 확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병·의원에서 확진자들에게 '조건'을 내세우는 등 '꼼수 진료'를 하고 있어서다. '조건 없는 코로나19 진료'가 자리 잡지 못한다면 일상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박씨는 방역당국의 업무 과부하 영향으로 확진자 등록 시스템에 이름이 늦게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병원에선 박씨가 확진자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확진자 진료에 적용되는 수가(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받는 돈)를 정부에 청구하지 못한다. 그래서 직접 진료비를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돈이 되는 환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한탄했다.
박씨처럼 동네 병·의원의 꼼수 진료로 확진자들이 신속하게 상담이나 처방을 못 받는 사례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A씨는 최근 확진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검사받으러 갔던 병원이 비대면 진료를 거부했다"며 "두렵고 불안하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지난달 31일 집 근처 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이틀 뒤 증상이 심해져 그 의원에 전화 상담을 요청했는데, "코로나19에 대해 잘 모르니 추가 진료를 해줄 수 없다.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해달라고 보건소에 부탁해보라"는 대답을 들었다. A씨는 집중관리군 대상인 60세 이상, 면역저하자가 아니다. 의원이 A씨에게 잘못된 정보를 준 것이다. 혹시나 싶어 보건소에 연락해본 A씨는 "집중관리군 대상이 아니다. 그 의원이 잘못 알고 있으니 다시 안내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의료계는 확진자가 폭증한 상황을 동네 병·의원들이 감당하기 버거워 생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동네 병원에선 하루에 진료 가능한 환자 수가 제한돼 있다 보니 진료를 원하는 환자를 다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동네 병·의원의 미비점을 서둘러 보완해야 코로나19의 일반 의료체계 전환이 연착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확진자 진료 거부 행위를 없애고, 의료진이 진료 체계를 숙지하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동호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차 의료기관의 충분한 참여가 중요하고, 진료에 차질이 없는 걸 환자가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현재 병원급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대면진료가 4일부터 의원급으로 확대되는 만큼, 확진자들의 불편이 줄어들 거라고 기대한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대면진료 확대가 비대면 진료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진료에 대한 불만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