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외 기준금리의 추가 상승이 전망되는 가운데, 시중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지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년 만에 가장 높은 상태로 나타났다. 향후 국내 가계의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76.5%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도 지난 2월 변동금리 선택 비중은 전월보다 1.7%포인트 늘어난 78%에 달했다.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만 해도 50% 안팎을 유지했지만, 2020년 3월 이후 초저금리가 본격화되면서 신규 대출의 '대세'로 자리잡으며 지난해 11월 82.3%까지 치솟았다.
이미 금리 상승기에 진입했음에도,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도 늘어나는 변동금리 비중이 늘어나는 건 당장 이자 부담이 덜해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변동금리형(신규 코픽스 6개월)이 연 3.56~5.06%로, 혼합형(5년 고정금리·연 4.01~5.51%)보다 금리가 0.45%포인트 낮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차주의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대출 이자가 시장 금리에 맞춰 오르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지난 2월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3.93%로 2014년 7월(3.93%) 이후 7년 반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달 신규 주담대 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등 지표금리 상승에 9년 만에 최고치인 3.88%를 찍었다.
사실상 올해부터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자들도 이자 비용에 대한 대응 여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포함해 올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고, 한은 역시 올해 추가로 2차례 이상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뚜렷해진 만큼, 신규 대출자일수록 고정금리 선택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책금융 지원으로 고정금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리금 분할 방식에 고정금리가 적용되면 금리 상승 시기에도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며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 등을 위한 주택금융공사의 정책적 뒷받침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