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EU 입장 평행선…"자주적 대응해야" VS "대러제재 방해 말라"

입력
2022.04.02 17:35
中·EU 1일 제23차 정상회의
中 "나름의 방식으로 평화를 위한 대화 촉진"
EU "러 전쟁 수행, 제재 회피 돕지 말라" 경고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대러 제재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제23차 중국-EU 정상회의에 참여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영상으로 대화했다.

중국 측은 대러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리 총리는 "의견 불일치와 갈등을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국의 기본 입장"이라며 제재 반대를 강조했다. 다만 그는 "모든 나라의 영토 보전을 포함한 국제법과 국제규범의 보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측 입장도 일부 이해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울러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평화를 위한 대화를 촉진해왔다"고 주장하며 "정전 및 대규모 인도주의 위기 예방을 위해 EU 및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도 "우크라이나 상황이 현 상태에 이르게 돼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중국 측은 최근 강화하는 미국과 유럽의 결속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도 남겼다. 시 주석은 "중국은 대유럽 정책에서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유럽 측이 자주적인 대(對) 중국 인식으로 자주적인 대 중국 정책을 펴서 중국과 함께 중국-유럽 관계의 장기적 안정화를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EU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러시아와의 대화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EU 측은 회의에서 중국이 대러 제재를 회피하거나 방해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정상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우리의 대러 제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며 중국 측에 "러시아의 전쟁 수행이나 서방의 제재 회피를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유럽에서 중국에 대한 평판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압박했다는 점도 밝혔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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