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軍, 안토노프 공항서 퇴각… '키이우 철수설' 커져

입력
2022.04.02 10:22
지난달 31일 촬영된 위성사진서 러군 흔적 사라져
'군사 활동 축소' 약속 사흘만에 일부 철수 확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안토노프 공항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되며 '키이우 철수설'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지난달 31일 러시아군이 그동안 점령하고 있던 안토노프 공항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위성업체 맥사의 사진에서도 러시아군의 철수가 확인됐다. 이전에 촬영된 사진에선 러시아군이 공항에 설치한 방호벽과 군 차량, 포병 등의 모습이 보였지만, 현재는 방호벽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토노프 공항은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약 28km 떨어진 호스토멜에 있는 공항으로, 러시아군이 전면 침공 첫날인 2월 24일 이곳을 점령한 뒤 양측은 공항 주변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왔다.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철수한 군대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키이우 서쪽에 배치됐던 러시아군과 무기는 벨라루스에서 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키이우 인근 이르핀과 부차, 이반키우 등 도시 수십 개를 되찾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이날 러시아군의 철수를 알리며 "오늘은 우크라이나군의 기쁨과 승리의 날"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환을 개별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 도시들의 통제권을 유지할 경우 수 주일간 키이우 주변에서 전개된 전황의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 키이우를 비롯한 인근 도시에서 격렬한 교전이 이뤄지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키이우 북쪽과 동쪽에서는 아직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키이우에서 사망할 확률은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피란을 갔다 키이우로) 돌아오려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