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성 근황 공개에 "아직 잘 살아계시네요"...선 넘은 공격 받는 까닭은

입력
2022.04.09 13:00
'시크릿' 출신 전효성 지난해 여가부 캠페인 참여 
"밤마다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 한 이후
일부 누리꾼들 "아직도 살아있냐" 도 넘은 공격
신남성연대 주최 집회에서도 조롱·비아냥
전문가 "온라인 공간 집단 괴롭힘 처벌 법 필요"

아이돌그룹 '시크릿' 출신 가수 전효성을 향한 조롱의 댓글이 다시 온라인 공간에 퍼지고 있다. 제20대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사실상 여성가족부는 폐지 방침을 확정한 상황에서 전씨를 향한 댓글 공격이 또다시 등장한 것.

지난달 25일 전효성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복 화보 촬영기를 올렸다. 하지만 댓글에는 생뚱맞은 내용들이 많았다. 그중 상당수는 "살아 돌아갈지 무섭다면서 잘만 사는구만(게****)", "한국이 위험하신데 한국에 계시지 말고 이민 가시는 건 어떠신지 여쭙고 싶습니다^^(딸**)", "아직도 살아 계시네요. 위험한 대한민국에서 운도 좋으십니다(Zo***)"라는 비아냥들이었다.


이런 조롱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남초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꾸준히 전씨를 따라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지난해 10월 25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데이트 폭력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사라지길 바라는 전효성'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2021년 9월부터 젠더폭력 뿌리뽑기를 주제로 3개월 동안 진행한 '희망그림 캠페인'의 하나로, 전씨를 비롯해 방송인 강주은, 전 국가대표 펜싱선수 남현희, 전종환 아나운서 등 31명이 참여했다.


① "집에 들어가기 무섭다" 한마디에 시작된 공격

전씨는 해당 영상에서 "젠더 폭력에 관한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힘을 보태고 싶어 캠페인에 참여했다"며 참여 동기를 소개했다. 이어 "스스로도 데이트 폭력이 범죄인지 사랑인지의 경계가 애매한 문제라고 느꼈다"며 "많은 분들이 아직도 헷갈려하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데이트 폭력'을 주제로 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데이트 폭력을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게 한다"고 말했고, "피해자가 '데이트 폭력이 일어난 것은 너 때문이다'라는 시선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 개선되기 위해서는'이라는 질문에 "가해자들이 본인이 가진 결핍을 타인에게서 충족하려고 하다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이 "스스로 결핍이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며 그런 부분을 "배울 수 있다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거나 하는 실질적 해결 방안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발언으로 전씨는 계속해서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집단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전효성이 꿈꾸는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질문에 "집에 들어갈 때마다 항상 안전하게 살아서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답한 것인데, 이를 두고 '남성을 잠정적 범죄자 취급한다'며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전씨를 향해 "어디 콜롬비아, 멕시코 이런데 사나(통**)", "얘는 얼굴은 예쁜데 지능이 문제네(불**), "페미가 돈이 되긴 하나 보다(워아*******)" 등 전씨를 향한 비난이 쇄도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발언이 '남성을 특정 대상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여성뿐 아니라, 노인이나 아동, 심지어 물리적 힘이 약한 남성도 밤길을 다니면서 그러한 위협을 느낄 수 있다"며 "여성들이 이러한 두려움을 가졌다는 것은 '남성'들을 향한 발언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안전망을 갖춰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런 요구는 "한국 사회를 좀 더 안전하게 만들어가기 위한 적극적 의견 개진"이라고 덧붙였다.



②20대 여성이 40대 남성 폭행, "전효성 나와"?

'밤길에 귀가하기 무섭다'는 전씨의 발언은 영상을 올린 지 한 달이 지나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영상이 공개되기 전이었던 2021년 7월, 만취한 20대 여성에게 40대 남성이 폭언과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시 성동구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서 20대 A씨가 술에 취해 당시 중학생이었던 B씨의 아들에게 술을 권했고, 거절당하자 B씨 아들의 뺨을 때렸다. B씨는 A씨를 말리다가 휴대폰으로 폭행을 당했다. B씨는 당시 "(폭행 피해자지만) 성범죄 가해자로 몰릴까 봐 맞대응하지 않고 경찰을 기다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에 '성추행당했다'며 사과도 하지 않겠다고 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사건 이후 넉 달이 지난 지난해 11월 1일, 피해 남성은 여가부의 해당 영상이 '남성을 갈라치기한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여성가족부 관계자에게 고합니다-폭행 무고 피해자 40대 가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미성년이 포함된 가족들 앞에서 20대 여성에게 무차별 폭행과 함께 성추행범으로 몰리기도 한 40대 가장입니다"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영상 제작하시느라 (남성 피해자인) 저에게 일어난 사건에는 하나도 관심 없으셨죠"라며 여가부를 질타했다. 또 전씨의 발언을 떠올리며 "저와 우리 가족 모두의 생각을 전효성씨라는 여성가족부 모델께서 대변해주셨습니다"라고 전씨를 비꼬았다.

이후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효성 페미니즘 제대로 묻었네', '전효성 흑화' 등의 제목을 단 게시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전씨를 향한 조롱과 비난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전효성 개인 SNS 등에서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이를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불링은 온라인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서 대표는 "여성이 개인적인 경험을 공적인 자리에서 말했다고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오랫동안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집단 행동이 전씨를 향한 비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를 "어떤 여성이든지 공적으로 성차별이나, 성범죄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 교수는 특히 여자 연예인이 대중의 인기를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한 행위라고 보았다. 그는 "전효성씨는 이런 비난으로 인해 자신의 생업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놓였다"며 "이 연예인을 싫어하거나 사회적·도덕적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념을 공격하기 위해서 한 사람의 인권과 명예, 노동권까지 침해하는 매우 위험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③신남성연대 시위에 등장, '여가부' 하면 '전효성'

전씨는 심지어 신남성연대의 '여가부 해체' 집회에서도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해 11월 13일 있었던 거리 행진에서는 전씨가 tvN 'SNL코리아'에 출연해 하녀 의상을 입었던 사진과 함께 페미니즘을 조롱하는 문구가 현수막에 걸렸다. 이에 전효성 팬들은 전효성에 대한 조롱과 초상권 침해라고 반발했고, 전씨는 일주일 동안 라디오 진행을 쉬기도 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공격은 "명백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개인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조롱과 공격"이라며 "이를 그저 단순한 악성 댓글 문제로 치부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죄 행위로 삼고 제어되어야 한다"며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씨를 보호하고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여가부의 책임을 물었다.

신 교수 역시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이들은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한 사람의 발언을 두고 어떤 근거도 없이 집단적으로 공격을 이어간다"며 "개인이 이를 막을 수단도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를 "명백히 불공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괴롭힘을 처벌할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법안으로는 집단적 행동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말고도 차별과 혐오를 불러오는 집단적 사이버 불링이 있었을 때 이를 포함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 개인이 집단의 괴롭힘에 방치돼 있다는 것은 사회 정의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나서서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더 이상 이런 폭력이 행사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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