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채 물러날 수 없다"... 靑, 김 여사 옷값·알박기 인사 논란 '총력 방어'

입력
2022.04.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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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사 두고 인수위와 공방 이어가

청와대가 임기 말 공기업 알박기 인사와 김정숙 여사 의상비 논란 등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임기 말 인사와 관련해 공세를 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을 향해 "모욕적 언행에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여론을 향해서는 "해도 너무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상처만 입은 채 임기를 마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도 너무한다" 각종 의혹 분개한 靑... 尹측에 "사과하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격 대응에 나섰다. '김정숙 여사의 의상비에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쓰인 게 아니냐' '문 대통령 동생의 대학동창이 대우조선해양 대표에 선임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 등에 대한 의구심을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수석은 "김 여사의 의상은 모두 사비로 구매했다"는 점을 재강조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의 특활비 지출은 역대 정권 최저이고, 감사원의 감사도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 여사의 의상비를 현금으로 치른 사실이 알려지며 '수상한 돈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어진 데 대해서도 "(사비로 구입하는데) 현금∙카드 등 지출방식이 왜 문제인가"라며 "(의혹 보도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사비라면 내역을 공개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엔 "아무리 대통령 부인이지만 사적 영역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민의힘, 일부 언론들이 임기 말 공기업 인사에 대해 '알박기'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이 전날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비판하자, 박 수석은 이날 "모욕당한 느낌이다.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원 수석부대변인은 "상식이 지켜지지 않아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감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신구권력 간 갈등의 불씨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 여사가 자주 찾던 디자이너의 딸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반박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관저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상 절차'를 거쳐 채용했다는 설명이다.


"흠집 난 채 물러날라" 우려 큰 靑… 민주당도 '엄호'

이례적인 청와대의 고강도 방어는 문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장'을 위한 것으로 읽힌다. 의혹에 대응하지 않으면, 퇴임 이후에도 대중에게 사실처럼 인식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박 수석이 "정말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며 "청와대 설명에도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도 엄호에 나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여사 의상비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어떻게 해서든 대통령 내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 국민 시선을 돌리고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술수"라며 "청와대 특활비를 꼬투리 잡기 전에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집행한 특활비 147억 원 사용처부터 밝히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주가 조작 의혹과 이력 위조 등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정상적인 영부인 외교를 하겠나"라고 역공에 나섰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