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잇단 부동산 규제 완화, 집값 자극해선 안 돼

입력
2022.04.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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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이 심상찮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4주 연속 상승하고, 강남 3구에선 직전 거래보다 수억 원씩 높은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분당 일산 신도시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매물은 줄고 호가는 뛰는 추세다.

한동안 잠잠했던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과 대출 규제 완화를 다짐한 데다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연일 새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안전진단 문턱을 낮추고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40~60%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80%까지 풀겠다고 했다. 인수위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이달부터 1년간 유예하는 시행령 개정을 현 정부에 요청했다. 임대차 3법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다시 늘릴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명분은 수긍할 수 있다. 과도한 양도세를 조정해 거래의 숨통을 트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보유세가 줄면 매물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다주택 양도세 완화와 종부세 경감이 버티기와 투기 수요로 이어질 우려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출 규제 완화가 다시 빚을 내 집을 사라는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곤란하다. 가계부채는 1,800조 원을 넘어 서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상황이다. 대폭 손질하겠다고 공언한 임대차 3법은 서민과 세입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까지 훼손해선 안 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집값과 주거 안정이란 점을 한순간도 망각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 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투기 방지 대책부터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당선인은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도 무조건 다 뒤집을 게 아니라 집값과 주거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옥석을 가리는 게 윤 당선인도 말한 실용주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