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대해 한은이 분명한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일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 사무실로 첫 출근하는 길에 가계부채 문제를 묻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한은 총재가 되면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위원회와 함께 다시 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향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며 "단기간에 위험 요인은 아니지만, 성장률 둔화와 고령화 등과 연계돼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원래 물가안정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사실 저희(한은)가 물가만 보지만, 금리를 통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그런 정책적 노력에 한은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가속화에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기준금리 역전 시 우려되는 자본유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우수해, 그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린다고 해서, 금리 격차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동반 인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자신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이냐는 질문에도 "(경제지표) 데이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떻게 정부와 조율을 하는지에 따라서 어떤 때는 매파가 되고, 어떤 때는 비둘기파가 될 것 같다”며 통화정책 기조에 특정 방향을 정해두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치솟는 물가 역시 이 후보자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앞서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관리목표(2%)보다 높은 3.1%로 전망했다. 이 후보자는 "상반기는 부득이하게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고, 하반기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