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앱 내 결제시스템 사용) 강제 조치에 따른 파장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각국 정부에선 구글과 애플이 공정한 응용소프트웨어(앱) 생태계를 구현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섰지만 양사는 여전히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인도 경쟁위원회(CCI)는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조치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지 매체 이코노믹타임스는 "CCI가 구글의 인앱결제와 관련해 불공정하고 차별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는 CCI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선 세계 최초로 앱 마켓의 갑질에 대해 규제를 가한 한국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 창업자 모임 디지털 인디아 재단 연합(ADIF)은 "한국이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결제 강제에 대한 규제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인도 정부 역시 스타트업과 개발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도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조치에 규제 칼날을 빼들었다.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은 지난해 12월 애플에 인앱결제 외에 외부 결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명령했는데, 애플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ACM는 매주 500만 유로(약 67억 원)씩 벌금을 부과했다. 벌금 부과액이 법정 최고액인 5,000만유로에 이르자 결국 애플은 지난달 30일 두 손 들고 외부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외부 결제에 대한 수수료율을 인앱결제(30%) 때와 큰 차이 없는 27%로 책정하면서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15일 시행한 '구글 갑질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거부한 구글과 애플에 대해 후속조치 검토에 나선 상태다. 구글은 이날부터 △인앱결제(수수료 최대 30%) △인앱 3자결제(수수료 최대 26%)만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구글은 자사 방침에 따르지 않은 앱에 대해선 업데이트 금지와 더불어 6월부턴 아예 삭제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애플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이행 계획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웨이브·티빙 등 국내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은 인앱결제 수수료 부담만큼 요금을 2,000원가량 인상키로 했다. 인터넷만화(웹툰)·웹소설 앱 이용요금도 조만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만간 유권해석을 내려 구글과 애플 위반 행위를 공식화한 후 사실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위법 행위가 있다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처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도 이날 오후 웨이브·왓챠·티빙·쿠팡·카카오엔터 등 토종 OTT 5곳의 사업자와 만나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 조치에 따른 애로를 청취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애플에 대해 특정 국가가 실효성 있는 규제를 내놓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앱결제 강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법적으로 선언한 만큼 이후 전 세계로 이런 움직임이 확대돼 공동 대응에 나설 경우 구글, 애플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