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기 남은 FBI 국장 또 쫓아냈다… 레이, 결국 사의 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임기가 남은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또다시 쫓아냈다. 후임은 트럼프 당선자의 2020년 대선 패배가 부정 선거 탓이라고 주장하는 충성파다. FBI는 미국 최고수사기관이다. 11일(현지시간) FBI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이날 FBI 직원 대상 면담 행사에서 “몇 주간 숙고 끝에 내년 1월 현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일하고 물러나는 게 FBI를 위해 옳은 일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는 다음 달 20일까지다. 레이 국장은 “내 목표는 여러분이 매일 미국 국민을 위해 이행하고 있는 우리 사명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이것(임기 종료 전 사임)이 FBI가 혼란 속으로 더 깊이 끌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초기(2017년) 임명된 레이 국장은 임기(10년)가 2년 넘게 남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달 30일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으로 지명하는 식으로 그에게 사실상 불신임을 통지했다. 기밀 유출 혐의 수사 일환으로 FBI가 트럼프 당선자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한 일이 결정적 계기라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FBI 국장을 그만두게 만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취임 첫해인 2017년에도 ‘충성 맹세’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 등으로 제임스 코미 당시 국장을 해임했다. 경질된 코미 전 국장의 후임이 레이 국장이다. 레이 국장 후임으로 내정된 파텔은 2020년 대선을 사기로 규정하고, 트럼프 당선자가 재집권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도운 것으로 판단되는 언론인 등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친(親)트럼프 인사다. 수사기관 수장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트럼프 당선자는 즉각 환영했다.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레이 사임이 ‘불공정(Injustice) 부처’로 알려져 온 것(법무부)의 무기화를 막을 것”이라며 “레이 리더십 아래 FBI는 명분 없이 불법으로 내 집을 급습하는 등 미국의 성공과 미래를 가로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고 썼다. 그는 “파텔은 FBI를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지명자이며 법과 질서, 정의가 우리나라에 곧 다시 돌아오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