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총영사관 직원 성추행' 전직 국정원 간부 벌금형… 이유는?

입력
2022.03.31 19:00
강제추행 대신 준강제추행 혐의 적용
가슴 접촉 등 일부 혐의 '증거 불충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 파견 당시 계약직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31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LA 총영사관으로 파견돼 부총영사급 직책으로 근무하던 2020년 6월 회식을 마치고 만취 상태였던 직원 B씨를 부축하면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여러 차례 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A씨는 B씨를 영사관에 데려가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외교부는 그해 7월 말 A씨를 한국으로 송환했고, 검찰은 A씨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법정에서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고 범의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임 부장판사는 그러나 A씨가 B씨를 부축하며 저지른 신체 접촉이 추행에 해당한다고 봤다. 임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행동을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결과 만취한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수준을 넘는다"며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동으로 보여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다만 강제추행 대신 준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했다. B씨가 만취해 있었기 때문에 A씨가 B씨 의사에 반해 범행을 저질렀다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준강제추행 혐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추행을 저지른 경우 적용된다. 추행 정도가 무겁지 않은 점, A씨도 어느 정도 취한 상태였던 점,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점이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

임 부장판사는 A씨가 영사관 내에서 B씨의 가슴을 만진 혐의 등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국정원에서 퇴직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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