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장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상관 2명에 대해 대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해군 함정에서 포술장으로 근무하던 소령은 무죄가 확정됐지만, 함장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피해자 측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1일 군인 등 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대령(범행 당시 중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반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소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대령과 B소령은 같은 부대에 근무하던 부하 장교를 강간한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힌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B소령은 해군 함정 포술장으로 근무하면서 2010년 중위로 임관한 피해자를 2차례 성폭행하고 10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함장인 A대령은 임신 뒤 중절수술을 받은 피해자에게 위로해주겠다고 불러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두 사람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2018년 5월 B소령에게 징역 10년, A대령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혐의를 인정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아 강간죄 구성 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인정 여부에 따라 갈렸다. A대령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은 인정된 반면, B소령 사건에 대해선 피해자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같은 피해자라고 해도 두 사건의 구체적 경위와 진술 내용 등이 달라 범죄 성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A대령 사건이 B소령 사건으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판단이 엇갈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입장문을 통해 "제가 겪어야 할 고통과 기억을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