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활동하는 가사서비스 노동자 A씨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호출이 들어오는 대로 서비스 신청 가정을 방문한다. 일감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통상 일주일에 4, 5일을 출근해 하루 4~5시간씩 일한다. 하루에 5만 원 안팎, 한 달에 96만 원가량을 버는 게 보통이지만 실제 A씨가 손에 쥐는 돈은 월 60만 원 정도다. A씨와 같은 가사서비스 종사자의 월평균 근로 시간(81.7시간)에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을 곱한 액수가 75만 원이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벌이인 셈이다.
A씨의 명목수입과 실수입이 40만 원 가까이 차이나는 건 그가 특수고용 노동자 신분이어서다.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식비, 교통비, 청소용품 구입비 등 제반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직이라면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과 퇴직금이 특수고용직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A씨 수입은 상대적으로 더욱 적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현행 노동법 체계 바깥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의 실수입이 현행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계에선 이들 특수형태 노동자도 고용 보호 체계에 편입해 최저임금, 4대 보험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한국노총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는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플랫폼 노동자 적정소득 보장 방안' 토론회를 열고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의 수입 실태를 공개했다. 지난해 10~12월 노동자 2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로, 직종별 응답자는 택배 111명(51.9%), 가사서비스 67명(31.3%), 음식배달 35명(16.4%), 대리운전 1명(0.5%)이다.
분석 결과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의 평균 실수입은 125만2,000원이었다. 전체 수입에서 유류비·보험료·주휴수당·퇴직금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한 월소득 191만4,440원의 65% 수준이었다. 직종별로는 △택배 198만2,000원 △음식배달 160만4,000원 △대리운전 39만9,000원 △가사서비스 17만6,000원이었다.
실수입을 노동 시간으로 나눠 계산한 시간당 실수입(시급)은 평균 7,289원으로 역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다. 직종별 시급은 △음식배달 8,814원 △택배 8,643원 △대리운전 3,824원 △가사서비스 2,151원이었다. 이들의 평균 근로 시간은 하루 7.6시간, 월 171.7시간이었고, 근로 일수는 주 5.2일, 월 21.1일이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도 사용자로부터 관리·지시를 받는 '노동자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만큼 최저임금 이상의 수입을 보장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직종별로 주 40시간 이상 노동할 경우 최저임금 이상 또는 노동자 평균임금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