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흔들기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제재에 따른 러시아 경제 실태를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다는 브리핑이 미 백악관과 국방부, 정보당국에서 잇따라 나왔다.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러시아군 정보도 속속들이 공개하는 등 미국이 러시아를 손바닥 안에 놓고 들여다본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곁들였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의해 오도된다고 느끼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푸틴의 참모들이 푸틴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얼마나 나쁜 성과를 내는지, 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푸틴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앞서 미 CNN과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 “푸틴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징집병을 보내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는 러시아 대통령에게 가는 정확한 정보 흐름에 분명한 장애가 생겼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이 전달받은 정보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최근 알았고, 이 때문에 러시아 국방부 고위 관료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불신을 갖게 되고, 참모 교체에 나설 경우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의 계산된 정보 공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군 병력 이동과 재배치 상황도 계속 미국 쪽에서 공개되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주변에 배치했던 병력의 20% 정도를 재배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 부대 장비를 수리하고 재보급하며 아마도 우크라이나의 다른 곳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키이우 인근 병력 군사활동 축소가 러시아 본토 철수가 아닌 새로운 공세를 위한 재배치로 보인다는 게 미국의 평가인 셈이다. 러시아의 기만전술과 부대 배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미국의 능력 과시이기도 하다.
커비 대변인은 또 러시아가 민간 용병 조직 와그너그룹 1,000명가량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정보기관 정찰총국(GRU) 소속 특수부대 출신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와그너그룹은 해외 분쟁지에서 러시아를 위한 용병을 동원하는 사기업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당시에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