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호수의 여왕' 노리는 고진영

입력
2022.03.3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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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LPGA  메이저 셰브론 챔피언십 개막
고진영, 연속 언더파·상금 1,000만 달러 돌파 도전
"좋은 기억 있는 곳…최선을 다해서 우승하고 싶다"
9년 전 우승 박인비 "물 뛰어들기 좋은 날씨" 자신감

연속 언더파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정상에 도전한다. 이 대회의 우승자는 '포피스 폰드' 연못에 캐디와 함께 뛰어들어 세리머니를 하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 있는 고진영은 "좋은 기억이 있었던 골프장에 와서 너무 기쁘다"며 "최선을 다해서 우승하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대회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다. 이 대회는 1983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이후 나비스코 다이너 쇼어, 나비스코 챔피언십,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ANA 인스퍼레이션 등으로 불렸다. 미국 석유기업으로 타이틀 스폰서가 바뀌면서 올 시즌부터 셰브론이라는 이름을 달게 됐다. 연못에 뛰어드는 세리머니 때문에 이 대회는 우승자에겐 ‘호수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다만 입수 광경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가 2023년부터 개최지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출전한 9개 대회에서 모두 6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5차례가 우승이다. 올해도 두 차례 대회에서 우승(HSBC클래식)과 공동 4위(JTBC클래식)에 오르는 엄청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지난주 JTBC 클래식에서 LPGA 통산 최다 연속 언더파 신기록을 34라운드까지 늘렸다. 여기에 데뷔 후 4년여간 통산 상금 942만652달러를 쌓아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통산 상금 1,000만 달러를 돌파한다. 한국 선수 중 상금 1,000만 달러를 넘긴 선수는 박인비 박세리 유소연 김세영 최나연 양희영까지 6명뿐이다.

고진영은 "3년 전에 첫 입수 경험을 했다. 조금 무서웠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 했다. 생각해보면 재밌었던 추억"이라며 "다시 한번 뛰어들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어 "좋은 기억이 있어서 플레이할 때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며 "결과를 생각하기보다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국 선수들도 '호수의 여왕' 타이틀을 노린다. 이 대회는 유독 한국 선수들에게 좋은 기억이 많다. 2019년 고진영 이외에도 박인비(2013년) 유소연(2017년) 이미림(2020년)이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KIA 클래식 이후 1년 만에 투어 통산 22승에 도전한다. 메이저 우승은 2015년 8월 브리티시오픈을 끝으로 6년 8개월이나 지났다. 박인비는 "올해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포피스 폰드에 점프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나흘 동안 경기할 것 같다"며 "날씨도 덥고 물에 뛰어들기 딱 좋은 것 같다"며 우승 의지를 내비쳤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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