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후 임대차3법,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입법ㆍ예산 과제를 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눈빛이 한층 매서워졌다. 6ㆍ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소야대’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국회 운영에 있어서만큼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최근 임대차3법(전ㆍ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ㆍ월세 신고제)의 축소 내지 폐지 의지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소극적 반대를 넘어 보완 입법으로 세입자 보호정책을 더 강화하는, 이른바 ‘맞불’ 방침을 세웠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MBC라디오에 나와 인수위의 임대차3법 폐지 예고를 겨냥해 “임대차 시장에 대단한 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임대차3법 시행 뒤 계약 갱신율이 70%에 이르고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갱신율이 78%까지 올라갔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규 계약시 임대료가 과도하게 인상되는 문제점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완 입법을 시사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신규 계약 때도 전ㆍ월세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 △‘비교 가격제’ 신설 등 구체적 보완 방향도 제시했다. 비교 가격제는 한 단지 안에 있는 비슷한 아파트들은 임대료 편차가 너무 많이 나지 않도록 제한해 신규 계약시 한번에 임대료가 대폭 인상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면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부동산 세제나 금융 부문은 규제 완화로 선회했지만,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3법만은 외려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소상공인 지원에 필요한 추경 50조 원 편성 계획에도 “이재명 전 대선후보와 민주당 역시 대선에서 같은 제안을 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더 빠르고 두꺼운 보상을 재촉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앞서 29일 취임 인사 차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추경 문제는 조금 더 신속하고 완전하게 (피해를) 보상하는 일에 착수하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민생 선수(先手)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박 원내대표가 같은 날 ‘대선 공통공약 추진 기구’ 설치를 제안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대선 당시 윤석열ㆍ이재명 후보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실수요자 세부담 완화 △재건축 용적률 상향 △가상자산 투자수익 비과세 한도 상향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등을 위한 입법을 함께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보통 당선인 쪽에서 먼저 협치를 제안하는 관례에 비춰 다소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의 공세적 입법 움직임은 새 정부 ‘발목 잡기’ 비판을 피하면서도 여소야대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입법 성과를 통해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조속히 수습하고 내부 결속을 다져 지방선거 승리는 물론, 국민의힘의 정계 개편 구상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