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에 커지는 경기침체 '경고음'

입력
2022.03.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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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장중 한때 2년물, 10년물 금리 추월
고강도 긴축에 경기 부정적 전망 우세
"침체 불가피" 전망에 "단정 섣불러" 반론도

미국의 대표 단기 국채인 2년물 금리가, 대표 장기 국채인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해 향후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5년물 금리가 30년물 금리를 웃돈 적도 있었지만, 장단기 금리의 대표 격인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뒤집힌 것은 2년 반 만에 처음이라 경기침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2년 반 만에 10년물 추월한 2년물 금리

2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시장에서 2년물 금리는 오후 장중 한때 연 2.39%선까지 올라 10년물 금리를 추월했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웃돈 건 미·중 무역 갈등이 한가운데 있던 2019년 9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통상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은 경기침체의 전조(前兆)로 여겨진다. 경기 둔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장기 채권을 매수하면서 장기 국채금리는 떨어지지만, 단기 국채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연동해 오르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긴축기조는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겨 이런 현상을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시간차를 두고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진 경우가 많았다. JP모건은 최근 "1970년 이후 가장 최근 7차례의 경기침체에 앞서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2006∼2007년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 역전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데 이어, 2020년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하반기에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벤 에몬스 거시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역사적으로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없이 경기침체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리 역전만으로 예측 불가"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반면 시장에선 경기침체를 단정 짓기엔 시기상조란 의견도 나온다. 과거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 이후 경지침체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 3년가량의 시간 차가 있었던 데다, 침체로 가기까지 다양한 대내외 변수들이 존재했다는 게 그 이유다.

현재의 금리 역전 현상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미 연준이 그동안 막대한 양의 국채를 매입해 장기 국채금리가 떨어진 만큼, 연준의 긴축 행보와 함께 장기 금리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연준이 조만간 보유 국채를 내다파는 '양적 긴축'도 단행할 전망이라, 장단기 국채금리는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 안팎에선 경기 변동성의 주기가 짧아진 만큼, 2년물보다 3개월물 금리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2년물보다) 더 짧은 쪽을 보는 경향이 있다"며 경기침체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최근 3개월물과 10년물 간 금리 차는 5년 여 만에 가장 큰 1.8%포인트 넘게 벌어지고 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금리 역전이란 한 가지로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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