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차기 정부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혐오 표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줄 것을 제안했다. 새 정부가 통합과 인권존중 사회를 실현하려면 사회 갈등 요소로 떠오른 약자·소수자 차별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한 셈이다.
인권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10대 인권과제를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는 "그동안 인권 발전의 성과를 토대로 근본적·항구적 인권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구조화·고착화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과제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16대 대선 때부터 인수위(19대는 국정기획위원회)에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주요 인권과제를 제안했다.
이번 10대 과제엔 △혐오·차별 극복과 평등사회 실현 △양극화·위기 상황 대응 사회 안전망 확충 △기본적 인권 보장 강화 △사회적 약자·소수자 인권 보장 강화 △모든 일하는 사람 노동인권 보장 △지능정보사회 인권 보호 강화 △기후변화에 따른 인권 문제 대응 △기업 인권경영 정착 △군인 인권 보장 강화 △남북관계 발전 및 국제협력을 통한 북한 인권 개선이다.
인권위는 과제별 대책도 제시했다. '차별 극복과 평등사회 실현' 과제와 관련해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청했다. 또 혐오 표현의 대응 기준을 마련하고 자율 규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혐오 표현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본적 인권 보장'과 관련해선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또는 전면 개정, 모욕죄 및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또는 요건 강화를 당부했다. 또 방역 위기 상황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조화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로 주목받은 장애인 이동권과 정보 접근성 강화도 촉구했다.
인권위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 해소도 강조했다. 공공부문 고위직과 정치 영역에서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고 성별 임금격차를 적극적으로 해소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교제 폭력 등 일상적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