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워런 버핏이 돈 버는 진짜 이유

입력
2022.03.31 14:30
15면
다부치 나오야 '확률적 사고의 힘'

편집자주

어렵고 낯선 과학책을 수다 떨 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읽어본다, SF’를 썼던 지식큐레이터(YG와 JYP의 책걸상 팟캐스트 진행자) 강양구씨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아직, 바이러스가 인류를 덮치기 전의 일이다. 2019년 12월 17일, 질병관리본부에 민관의 여럿이 모였다. 이들은 정체불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 자리에서 인천공항에 신종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가 입국했을 때 어떻게 진단할지를 놓고서 해결책도 마련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이미 그때는 중국 우한의 화난 시장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었다. 그 뒤로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월 31일 중국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한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몇 차례 의심 환자를 거르고 나서 국내에서도 이듬해 1월 20일 처음으로 환자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한 달 전의 훈련이 도움이 됐음은 당연하다.

그 훈련에 참여했던 이들 가운데 누구도 한 달도 채 안 돼서 정말로 중국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서 2년이 넘는 대유행이 이어지리라는 예상을 못 했을 테다. 심지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사실까지 예상했던 사람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봤듯이 이 훈련은 비상 상황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바이러스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최근 상황도 살펴보자. 초기만 하더라도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방역 성적표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나았다. 강한 국가가 일사불란하게 시민을 통제하자 바이러스 유행도 따라서 잡히는 듯했다. 나도 데이비드 런시먼 같은 학자를 따라서 "민주주의는 팬데믹 같은 재앙에 취약하다"고 생각했다('쿠데타, 대재앙, 정보 권력').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계속해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더니 강력한 거리 두기로도 통제할 수 없는 강한 전파력의 오미크론까지 등장했다. 홍콩이 먼저 뚫렸고, 중국도 초긴장 상태다. 이러다간 중국에서 시작한 팬데믹이 중국에서 끝날 판이다. 반면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중구난방 대응하던 미국과 유럽은 (많은 희생을 기억해야겠지만) 일상을 회복 중이다.

다부치 나오야의 '확률적 사고의 힘'(에프엔미디어 발행)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팬데믹을 둘러싼 이런 일들이 떠올랐다. 대유행 발발 한 달 전에 운 좋게 실시한 가상훈련. 또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이러스에 권위주의 국가의 일사불란한 대응보다 민주주의 국가의 중구난방 대응이 오히려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야말로 '확률적 사고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투자업계에서 일해 온 저자에 따르면, 불확실한 세상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어떤 시도도 한계가 명백하다. 즉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워런 버핏 같은 사람은 주식 투자로 엄청난 돈을 번다. 또 한 달 앞의 바이러스 발생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대비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확률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행동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버핏은 어차피 단기적인 주가 예측은 불가능하니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에 돈을 오랫동안 묻어 두는 방법을 택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우량 기업이 살아남아 성장할 가능성이 크니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 남보다 돈을 벌 가능성이 커진다.

언제 어떤 바이러스가 우리를 덮칠지 모르니 평소 다양한 대응 수단을 확보하고 대비하는 일도 필수다. 민주주의 국가의 강점도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 국가는 권위주의 국가와 비교했을 때 다양성 확보가 쉽다. 권위주의 국가가 고집스럽게 한 가지 전략만 고수할 때, 민주주의 국가는 다르게 시도해볼 수도 있다. 그 전략이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을 수도 있다.

이 책은 2009년 금융 위기로 세계 경제가 풍비박산됐을 때 나왔다. 그런 재앙이 다시 우리 삶을 잠식하지 않고자 확률적 사고의 힘을 강조한 것이다. 나온 지 10년도 더 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여전히 알차다. 통계 수식을 최대한 줄이고 역사, 경영 등의 사례를 부각한 덕분에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10대, 20대에게 권하고 싶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강양구 지식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