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3선의 꿈을 접었다. 권 시장은 30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청 상황실에게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홍준표(대구수성을) 의원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양강 구도가 될 전망이다.
권 시장은 이날 "3선의 꿈과 소명을 잠시 생각했지만 포스트코로나와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람이 대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드리는 게 대구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쉬운 것이 많지만 임기를 마치면 당분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몸이 건강하지 않은 노모를 옆에서 돌보겠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일문일답 없이 회견을 마쳤다. 기자회견장 밖에선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사전 약속 없이 불쑥 찾아와 명함을 돌리는 뜻밖의 장면이 연출되면서 "불출마 기자회견 중에 출마 예상자가 찾아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는 지적도 받았다.
권 시장은 전날인 29일 서울에서 국민의힘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그는 이날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3선 출마에 대한 의견을 나눈 후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 시장은 그동안 3선 도전 의지를 불태웠던 터라 이날 불출마 선언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윤 당선인을 만난 직후인 지난 23일에는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다음 대구시장 선거는 누가 더 윤석열 당선인과 호흡을 맞춰 대구 발전을 이끌 적임자인지, 누가 윤 당선인의 '깐부'인지를 따져보고 선택해야 대구 발전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시장 재임 기간을 평가하며 "5년은 야당 시절이었고 여당이었던 전임 박근혜 정부도 세월호 이후에는 여당 역할을 못해 대구가 6,7년간 야도로 지내야 했다"며 "3선 시장에 당선되면 신공항건설과 대구의 산업구조혁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권 시장의 불출마 결심 배경에는 홍준표 의원의 경선 페널티가 25%에서 10%로 감소하면서 당선 가능성에서 멀어진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편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유력한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9일 "대구 정치판은 가히 시궁창이 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홍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총선 때 홍준표는 두더지처럼 기어들어 오더니, 김재원은 날파리처럼 날아들어 온다. 대선 때는 이재명이 박창달을 밀어 넣더니 급기야 박근혜도 유영하를 밀어 넣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는 홍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 정상환 변호사, 이진숙 전 대전MBC사장, 권용범 대구경북벤처기업협회 전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