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물건을 사러 편의점에 갈 때면 간식을 먹기 위해 들른 앳된 얼굴의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뜻하지 않게 아이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 놀라운 점을 깨닫곤 한다. 그들의 대화 대부분은 욕이나 비속어가 들어가지 않고는 온전한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남의 일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무리 안에 내 아이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결코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 '욕해도 될까요?'의 실험에 따르면, 욕설을 많이 쓸수록 계획성은 떨어지고 충동성은 높으며 어휘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욕설을 많이 하는 그룹일수록 학업성취도가 낮고, 거친 언어를 사용할수록 실제 폭력적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어 결코 아이의 욕설 사용은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문제다.
아이들이 욕을 습득해 나가는 경로는 다양하다. 부모가 평소 쓰는 말투를 통해 배우기도 하고, 학교나 학원에서 맺는 또래 관계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유튜브나 SNS를 비롯한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배울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일단 아이가 욕이나 비속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지도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마냥 착할 줄 알았던 내 아이의 욕설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 부모는 굉장히 큰 충격과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심각한 표정으로 혼도 내보고 어디서 배웠냐며 다그쳐도 보고 다시 쓴다면 더 크게 혼날 것이라 으름장을 놓지만 그것만으로는 올바른 훈육이 되기 어렵다. 쓰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아이가 깨닫도록 하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지도만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 앞에서만 쓰지 않으면 될 것이라 여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 욕이나 비속어를 쓰는 아이들을 위한 지도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부모의 평소 언어습관을 챙겨봐야 한다. 둘째, 아이가 자주 접하는 온라인 매체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아이에게 평소 부모가 인지하지 못한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지도 챙겨볼 필요가 있다. 넷째, 욕설의 어원을 알려주면서 지도하는 방법도 알려져 있다. 욕설에는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진짜 뜻을 알게 된 뒤 쓰지 않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방법은 아직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초등학생들에게 부모가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아이들에게 욕설을 쓰지 않게 하는 어렵지 않은 방법이 한 가지 더 있다. '말을 못 하는 사람일수록 욕설을 한다'는 것을 아이의 머릿속에 틈나는 대로 새겨주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욕을 하게 되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어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차분하게 표현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뭉뚱그려서 욕으로 표현해 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말을 잘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욕구를 자극해 건전한 방향으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다면 의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욕을 몇 번 사용한 적이 있어 혼을 내거나 다그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방식이 가장 큰 효과가 있었다. 거기에 이 한마디도 추가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