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떨어진 야구단에 계속해서 투자를 해야 합니까?"
뿔난 주주들의 심정은 주주총회 현장에서 쏟아진 불만 섞인 목소리에서부터 확인됐다. 최근 1년 새 반토막 난 주가에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30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열린 주총장의 분위기다. 엔씨소프트에선 김택진 대표가 직접 나와 '오픈형 R&D'를 통한 장르 다변화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기업가치 향상도 약속했지만 성난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실제 이날 김 대표는 "주주, 고객,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청취해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총 내내 분위기는 차가웠다.
지난 한 해 엔씨소프트는 부침을 겪으면서 주가 하락만 경험했다. 지난해 2월만 해도 100만 원을 넘겼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46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고점 대비 50% 넘게 급감했다.
리니지W 이외에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2 등의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친 탓이었다. 국내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던 트릭스터와 블레이드&소울 등 기존 지적재산권(IP)의 장점이었던 개성이 사라진 데다, 리니지식 과금 모델을 차용해 이용자들의 외면만 받았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불어닥친 연봉 인상 바람도 엔씨소프트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개발 직군은 1,300만 원, 비개발 직군은 1,000만 원씩 연봉을 일괄 인상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51% 감소한 3,752억 원에 그쳤다.
엔씨소프트의 반전카드는 연내 출시 예정인 신작 'TL(Throne and Liberty)'이다. 올 하반기 북미와 유럽 시장에 론칭 예정인 '리니지W'의 성과도 지켜봐야 한다. 김 대표는 "주력 장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뿐만 아니라 액션 배틀로얄, 수집형 롤플레잉게임(RPG)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친주주 정책도 내놨다. 엔씨소프트는 기존 주주의 이탈 방지와 주가부양 의지를 알리기 위해 올해부터 2024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0%를 현금 배당할 계획이다. 올해 배당 총액은 1,190억 원에 이른다. 장기투자자를 위한 적극적인 배당정책으로, 게임업계에선 이례적인 배당액이다.
하지만 이날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야구 자체의 인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선수 연봉을 지출해 영업이익이 떨어지는데 계속 투자할 계획인가"란 질문에 이어 "현재 회사 내부에 현금성 자산이 2조 원이 넘는데,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거나 사업 확장을 진행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공격적인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는 이에 "야구단 운영이 엔씨의 기업 이미지를 새로 만들고, 지탄받던 게임에 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더 잘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는 도전과 극복의 한 해였다"며 "올해에는 전 세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종합게임 기업으로 한층 강력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사외이사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