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가 광주에서 발생한 두 번의 붕괴 사고 이후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고개 숙여 사죄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날 국토교통부가 "가장 엄정한 처분"을 서울시에 요청해 잘해야 영업정지 1년, 최악의 경우 등록말소 처분이 예고된 상황. 성난 주주들은 경영진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으며 질책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기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붕괴 사고 손실 추정액이 적절히 추계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홍일 경영본부장은 "화정아이파크 손실 추정액은 1,754억 원"이라며 "201동 철거, 2단지 전체 철거, 1·2단지 전체 철거 등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 평균을 낸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손실액은 안전정밀진단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이완희 회계팀장은 광주 학동 재개발사업 철거현장 붕괴 사고에 대해 "유족 피해 보상금으로 100억 원 정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른 주주는 내부 감사 실시 여부와 책임자 징계에 대해 질의했다. 권 대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먼저 징계를 하면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주주들이 연이어 참사가 일어난 점을 지적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자 정익희 대표이사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안전 진단팀을 신설해 현행 연 2회에서 6회 이상으로 점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주주는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사내이사를 재선임하는 건 인적쇄신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사외이사는 따로 업이 있어 (상주에) 한계가 있지만 사내이사는 현장에 상주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권 대표는 "광주에서 일어난 두 번의 사고로 인해 너무나 큰 실망을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뼈아픈 반성과 엄중한 책임감으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환골탈태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총에는 참여연대도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참석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시민의 쓴소리를 전달한다"며 "사고 현장 노동자가 아들, 딸, 조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무책임한 안전 불감증을 방치할 수 있냐"고 일갈했다.
주주들의 성토에도 유병규 사내이사는 찬성률 90.6%로, 국민연금이 반대한 권인소 사외이사의 재선임 건은 찬성률 78.3%로 가결됐다. 안건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을 신설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이전 주총보다 서너 배 많은 125명의 주주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