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0년마다 정권이 교체된 '10년 주기설'이 35년 만에 깨진 것이다. 2020년 4월 총선을 정점으로 '전국선거 4연승'을 거둔 거대 여당이 2년 만에 민심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민주당이 아니라 차기 정부의 '여소야대 국회'가 민생을 위해 운영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해답이다. 이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들어본다.
"국민의힘의 '젠더 갈라치기'는 노골적이었다. 우리는 달랐나. 그렇지 않다. 정도는 약했지만 국민의힘을 모방하려는 흐름이 한때나마 있었다. 여성 관련 당내 일정이 사라진 적도 허다했다. 여성 차별을 사무치게 느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은 29일 대선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에 분노한 여성들의 몰표는 민주당이 대선 참패를 면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여성들에게 민주당은 '최선'이 아닌 '차악'이었다. 여성 표심이 언제든 떠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왜일까. 정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그는 "'여성 배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당내 구조적 결함이 컸다"며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여성 본부'조차 없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던 여성들의 절박함에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선거 결과가 말하는 민심은 무엇인가.
"민주당이 심판받은 것이다. '아깝게 졌다'고 스스로를 위안해서는 안 된다. 한 표 차이라도 진 것은 진 것이다."
-2030세대 여성 표심이 민주당에 쏠렸는데.
"'팔을 자르는 심정으로 이재명을 찍었다'고 한다. 대놓고 20대 남성만 좇는 국민의힘을 보며 '쟤네는 안 돼'라는 심정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선거 초반엔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 '젠더 갈라치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아쉬운 지점이다. 민주당도 정도가 약했을 뿐 동조한 면이 있다. 일례로 이재명 전 후보는 '에펨코리아'(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엔 글을 올리면서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는 페미니즘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출연을 취소했다. 여성위가 계획한 행사는 번번이 무산됐고, 여성 관련 공약 발표는 뒤로 밀렸다. '여성'이 들어가는 일정과 메시지에는 유독 간섭이 많았다.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된 박지현 활동가 영입 발표도 영입 성사 한참 뒤에야 이뤄졌다."
-왜 그랬나.
"구조적 문제가 컸다. 일단 선대위에 여성 본부가 없었다. 본부단 회의에서 주로 논의가 진행되고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뜻이다. '성평등'을 지향한다는 민주당조차 정작 중요한 순간이 되니 '상황 논리'를 대며 여성의 목소리를 지웠다."
-분투가 많았겠다.
"절절하게 싸웠다. '여성을 배제하면 안 된다'는 내부 저항이 있었다는 게 그나마 국민의힘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전 후보에게도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 선거 이후 이 후보가 '방향을 잘 잡아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럼에도 '권력형 성범죄 및 2차 가해' 오명을 민주당이 벗지 못하고 있다.
"사과는 '진심'과 '지속성'의 문제다. 사과를 했으면 당 전체가 공감을 해야 하고, 사과에 걸맞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 누군가 사과를 하면, 다른 누군가 엉뚱한 소리로 사과에 모래를 뿌리는 일이 지금껏 반복됐다."
-박지현 위원장을 통해 민주당은 어떤 메시지를 내고자 했나. 박 위원장은 뭘 해야 하나.
"박 위원장을 인선한 건 '여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점을 늘 상기하겠다는 것 아닌가. 박 위원장이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되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선 패배 당시 고조됐던 쇄신 의지가 옅어졌단 시각도 있다.
"그렇지는 않다. 다만 6월 지방선거에선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여성과 청년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가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는데.
"패배한 선거를 지휘한 당 지도부는 자중자애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이 '민주당은 변해야 한다'고 선거를 통해 분명히 말했는데 같은 사람이 또 나오면 어떻게 보이겠나."
-민주당은 곧 야당이 된다. 당 지도부는 '강한 야당'을 선언했다.
"길거리에 나가는 게 강한 야당이 아니다.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공감을 받아야 한다. 국민의 공감을 많이 얻을수록 정당은 강해진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응해야 한다.
"여가부 기능을 여기저기로 쪼갠다? 절대 안 될 것이다. 여가부 존폐 문제는 '성평등을 지향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상징이 이미 되어버렸다. 성평등은 여성을 위한 게 아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장애인 이동권 쟁취 시위 폄하발언으로 시끄럽다.
"시위에 나선 장애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현실에 입각해서 바라봐야 한다. 왜 거리에서 외칠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피고 대안을 만드는 게 바람직한 정치다. 힘 없는 사람을 짓밟는 정치는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