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29일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했다. 오는 6·1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적 합당으로, 김 대표가 민주당 주자로서 경기지사나 서울시장 경선에 나설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제안한 '정치교체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기구' 구성과 합당 제안을 수용한다"며 "새로운물결은 정치교체 완수에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며 민주당과 함께 혁신의 길을 가려 한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출마 여부와 출마 지역에 대해선 "당과 시민, 도민의 의견을 반영해서 이번 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를 경기지사 또는 서울시장 후보로 꼽고 있는데, 아직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모양새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다음 달 2일까지 출마 예정지에 주소를 이전해야 하는 만큼, 조만간 출마 지역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대표의 현 주소지는 서울 마포다.
수원에 있는 아주대 총장을 지낸 김 대표는 경기 지역과의 연고를 들어 서울시장보다 경기지사 출마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전임 경기지사가 이재명 전 대선후보라는 점에서도 민주당 입장에선 서울보다 유리한 환경이다. 다만, 경기지사에 나서려면 출마 의사를 밝힌 조정식 안민석(이상 5선)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 당내 경쟁자들과의 경선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더라도) 경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에 "출마 여부가 결정되면 경선 룰 등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충분히 협의해서 큰 길을 가겠다"며 경선 룰과 관련해 당 방침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김 대표에게 '구인난'에 빠진 서울시장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변수다. 한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김 대표는 중도 이미지로 서울에서 경쟁력이 있고, 경기보다 험지인 서울에서 출마해야 유권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며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의원들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친(親)이재명계로 꼽히는 정성호, 김남국 의원은 이날 경북 영천의 한 사찰에 머물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를 찾아 서울시장 출마 결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송 전 대표는 이르면 30일 귀경해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당 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인천을 지역구로 5선을 했고 인천시장 출신이라는 점,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한 달도 안 돼 서울시장을 노린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의 차출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