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후 전국 사찰을 돌며 성찰 중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이재명 상임고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7인회' 멤버 김남국‧정성호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6·1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그는 서울시장 출마 등을 두고 본격적으로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경북 영천 은해사로 정성호 김남국 의원께서 찾아오셨다"며 "차를 마시며 이번 대선에서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의 성원에 어떻게 부응할지 그리고 회초리를 때리신 분들께 다시 무엇으로 다가갈지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역할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그는 이틀 전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경남 양산 사저 인근에서 "전직 대통령이 고향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시대, 더 이상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되지 않게 막아내는 버팀돌의 하나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김남국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침 일찍부터 정성호 의원과 함께 송 전 대표가 머물고 있는 경북 영천의 은해사를 방문했다"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대표로서 헌신하고 희생했던 점들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우리 민주당의 쇄신과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 국정운영을 책임질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송 전 대표가 대선 이후 민주당의 쇄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지지자들과 일반 시민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느끼는 여러 가지 아쉬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며 "부동산 정책 부분이 아쉬워 휴식과 함께 부동산 공부도 하고 계신다고 한다"고 전했다.
송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가)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대선 결과에 따른 지지자의 울분과 안타까움을 추스르고 모두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분, 나아가 부동산 등의 민생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는 분이 그 역할을 한다면 지방선거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 후 지방선거 공천 인물난을 겪으면서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설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오세훈 현 시장 등 국민의힘 측 인사와 맞설 만한 중량급 인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전용기 의원이 "개인적으로 동의한다"며 '송영길 차출론'을 공식화한 후 26일 이용빈 의원도 "윤석열 정부에 맞서 서울을 지킬 적임자는 송영길 전 대표"라며 힘을 보탰다. 25일 이수진 의원이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송 전 대표 출마 요청에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좋아요'를 눌렀다.
다만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송 전 대표만 (서울시장 선거 출마)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할 수 있는 거물들이 몇 분 계시다"고 밝혀 송 전 대표 추대론에 대해 다소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