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처에서 퇴직한 공직자 10명 중 8명이 관련 분야에 재취업했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관피아(관료+마피아)를 근절하기 위해선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이름뿐인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경제 관련 8개 부처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퇴직 공무원 588명의 재취업 현황을 공개했다. 경실련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6년부터 2021년 8월까지의 경제 부처 퇴직 공무원 취업심사 현황을 확보했다. 조사 대상이 된 8개 부처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이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 588명 중 485명이 재취업 승인을 받았으며, 전체 취업 승인율은 82%로 조사됐다. 부처별로 살펴보면 기재부의 승인율(96.8%)이 가장 높았고, 금감원(94.6%)과 산업부(92.6%)가 뒤를 이었다. 금융위(90.9%), 공정위(89.3%), 중소벤처기업부(85.7%), 국토부(71.7%), 국세청(71.4%)도 70~90%대를 기록했다. 취업처 유형별로는 민간기업(49.3%)이 가장 많았고 협회·조합(25.2%)과 법무·회계·세무법인·기타(10.9%)가 뒤를 이었다.
관행적인 유관기관 재취업 현황도 드러났다. 외환정보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의 경우 2007년부터 현재까지 원장을 지낸 5명 모두 기재부 출신 퇴직 관료가 자리를 잡았다. 2017년과 2020년엔 국토부 퇴직자가 국토부 관리를 받는 한국골재협회 상임부회장으로 취업하기도 했다.
신설된 산하조직에 경제부처 퇴직자가 재취업하기도 했다. 2017년 4월에 산업부가 발족한 수소 관련 민관협의체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경우, 초대 단장과 현직인 2대 단장 모두 산업부 출신이다. 해당 기관은 산업부가 수소경제 전담기관으로 선정한 곳이다.
경실련은 "공직자 재취업은 시장경쟁을 왜곡하고 타인의 취업을 방해한다"며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를 강화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예외 규정으로 취업승인을 받는 사례가 최근 5년간 3배가량 증가했다"며 "취업승인 예외사유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 취업 등 느슨한 취업심사로 '깜깜이 취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취업심사 대상기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