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당시 불법으로 열린 군사재판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희생자 40명이 검찰의 청구로 열린 첫 직권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권재심은 형사 판결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경우 검찰이 피고인을 대신해 청구하는 재심이다.
제주 4·3 재심 전담 재판부인 제주법원 형사합의 제4-1·4-2부(부장 장찬수)는 29일 4·3 수형인 희생자 40명에 대한 직권재심 사건을 잇따라 심리해 전원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40명은 4·3 사건 당시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1948년 12월·1949년 7월)에 기록이 남아 있는 2,530명 중 이름과 나이 등 인적사항이 확인된 희생자들이다.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법무부에 "검찰 직권으로 2,530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검찰은 제주지법에 직권재심을 청구했고,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이들은 검찰이 첫 번째로 청구한 재심의 희생자들이다. 그동안 4·3 사건 생존 피해자나 유족들의 개별적 재심 청구는 있었지만, 국가가 나서 검찰이 법원에 직권재심을 청구해 판결이 바로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제주 4·3 사건 당시 내란죄 등으로 기소된 희생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법회의를 통해 처벌받았다”며 “이번 직권재심으로 수형인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전원 무죄를 구형했다.
이에 재판부는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검사는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무죄를 구형했다”며 “이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피고인 전원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유족 대표로 발언에 나선 허귀인씨는 “오늘 이 자리에 와서야 아버지 죄명이 내란죄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오늘 무죄가 선고돼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 내용을 함께 듣지 못한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이날 또 4·3특별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특별재심을 청구한 수형인 3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들은 4·3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일반재판 31명·군사재판 2명)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희생자들로, 지난해 5월 법원에 특별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특별재심에서도 검찰은 33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고, 이에 재판부도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개정된 4·3특별법은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 뿐 아니라 4·3희생자로 인정된 피해자들 가운데 4·3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거나 수형인 명부 등의 자료로 피해가 인정된 희생자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