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이르핀 탈환… “러군 동부 포격하면서 전열 정비”

입력
2022.03.29 17:43
우크라 "이르핀 발판으로 부차, 호스토멜 탈환할 것"
러시아 접경 하르키우 인근 소도시들도 손에 넣어
러시아, 돈바스 거점으로 공세 재정비 모습
러 "우리를 구석으로 몰지 말라"...핵 사용 가능성
5차 협상 시작, 양측 간 입장차 다소 좁혀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4일차인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지속되고 있다. 수도 키이우 및 동부 러시아 접경지 하르키우 인근 일부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를 “징벌적”이라며 또다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도 2주 만에 재개, 양국 간 입장차가 좁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전날 키이우 북서부 24㎞ 지역인 이르핀 탈환에 성공했다. 올렉산트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르핀이 완전 해방됐다는 좋은 소식이 있다”며 “이르핀을 반격 거점으로 삼아 부차와 보르젤, 호스토멜을 탈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 격전지이자 제2도시 하르키우도 인근 소도시를 탈환하는 등 반격에 성공하고 있다. 이고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은 “주변에서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 포격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은 (인근) 말라 로간을 해방시켰다”고 반색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북동부 수미를 향한 통로를 개척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동부 지역에 공세를 집중하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요충지 마리우폴의 참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표적으로 장거리 포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도시 대부분 지역이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고 밝혔다. 보이첸코 시장은 “마리우폴에는 현재 민간인 16만 명이 탈출하지 못했다”며 “러시아군에 의해 봉쇄된 27일 동안 5,000명이 숨졌고 이 중 어린이도 210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남부 미콜라이우에서는 이날 오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정부 건물이 무너졌고 최소 8명이 잔해에 깔렸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영국 정보당국은 “러시아군이 일부 지역에서 미사일 공격을 계속하면서 한편에서는 병력을 재편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핵무기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 공영 PBS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하게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동쪽 확장에 대해 비판하면서 “서방은 이 문제에 대해 20년간 답을 주지 않았다”며 “우리를 구석으로 몰아붙이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서방의 러시아 기업과 개인에 대한 잇따른 제재에는 “징벌적인 것으로 서방과 가장 큰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효과적이고 충분해야 한다”고 대러 제재가 아직 효과적이지도 크지도 않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종전을 위한 회담은 2주 만에 재개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평화협상단은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회담을 주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이제 결과를 기대할 때”라며 “이 비극을 끝내는 것은 양쪽 모두에 달렸다”고 말했다. 양국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인 상황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협상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러시아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이 비무장화와 탈나치화,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주민 보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커다란 진전이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군사 작전의 주요 목표는 돈바스 해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 영토 문제는 러시아와 얘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 간 이견을 좁혀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