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포로를 향해 총을 쏘는 등 학대 정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양국의 평화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심리전을 펼치기 위해 조작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엔도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장도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된 이른바 러시아군 포로 학대 동영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해당 동영상의 사실 여부 등을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약 6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우크라이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양팔이 뒤로 묶인 채 두건을 쓴 러시아군 4~5명의 다리에 총을 쏴 길바닥에 쓰러뜨리는 모습이 담겼다. 또 총을 쏜 군인들은 피를 흘리는 러시아군을 발로 차고, 우크라이나어와 우크라이나어 억양의 러시아어로 “정찰대는 어디 있나”라고 캐묻는 모습도 나온다. 동영상이 찍힌 장소는 제2도시 하르키우로 추정됐다.
러시아는 이런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다. 알렉산더 바스트리킨 러시아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포로에 대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의 불법행위 정황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러시아 포로들이 양 다리에 총을 맞고 치료도 못 받는 등 극도로 잔인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국의 5차 평화협상을 앞두고 러시아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작을 벌였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방위군의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해당 영상을 만들어 공유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도 "우리 군은 포로를 학대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영상에 담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계엄령에 따라 엄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해당 영상의 진위를 면밀히 조사할 것을 양국에 촉구했다. 또 해당 영상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제법이 금지한 전쟁 포로 학대라고 강조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마틸다 보그너 우크라이나 주재 유엔인권감시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엔은 (이 동영상 내용을) 심각하게 우려하면서 현재까지 나온 모든 자료를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상 속 행위와 같은 (전쟁 포로) 부당 대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해당 영상이 사실일 경우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