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 러시아 과학계의 교류도 잇따라 끊기고 있다. 러시아 학계가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건 물론 공동으로 진행하던 수많은 서방의 프로젝트도 무산될 위기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은 최근 대러 제재 일환으로 러시아 연구기관이 서방 학계와 함께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줄줄이 퇴출당하면서 많은 연구가 난관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일례로 유럽우주국(ESA)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 국영 우주기업 '로스코스모스'와의 공동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무기한 중단했다. 탐사선은 오는 9월 러시아 로켓에 탑재돼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발사될 예정이었다. 조셉 아슈바허 ESA 국장은 "이제껏 해온 모든 협력을 그만두는 건 매우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러시아와) 서로 의존하며 신뢰와 안정을 쌓았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토로했다. 로스코스모스 측도 "(협동 중단은) 우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쓰라린 결정"이라며 러시아 단독으로라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북극에서 진행되던 기후변화 연구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제 북극 기후 탐사 프로젝트 팀 모자이크(MOSAiC)는 내달 탐사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전체 연구진이 모여 분석할 예정이었지만, 10명의 러시아 전문가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이번 주부터 2주간 이어지는 국제북극과학위원회(IASC) 정상회의에도 러시아 연구진 참석이 불허됐다. 매튜 드러켄밀러 IASC 미국 대표는 "빠르게 일어나는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건 모두 힘을 합쳐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한데, 러시아가 빠진다는 건 전체 그림의 큰 부분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서방은 러시아 연구기관에 제공하던 금전적 지원도 끊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과학 연구에 투입하던 950억 유로(약 128조 원) 규모의 지원금 중 러시아 연구기관에 들어가는 돈을 동결시키고 추후 계약은 없다고 통보했다. 독일연구기관연합과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정부도 러시아 기관과의 공동 연구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서방 과학계의 연이은 ‘손절’에 정상적인 연구 수행이 어려워진 러시아 연구진은 반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학계가 시작한 온라인 반전 서명 운동엔 28일 기준 러시아 과학 연구자 8,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들은 "외국 동료들과 협력 없이는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며 "국제적 고립은 러시아의 문화적·기술적 퇴보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