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징이 된 ‘Z’ 표식과 관련해 독일 정부가 이를 국내에서 사용할 경우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하는 의미로 표식을 사용한다면 이미 독일에서 사용이 금지된 나치 독일의 상징 ‘하켄크로이츠(갈고리십자가)’를 쓴 것과 유사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얘기다.
독일 내무부는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Z’ 표식이 특정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범죄이며 누구든 이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고 폴리티코유럽 등 외신이 전했다. 내무부는 독일 각 주정부가 ‘Z’ 표식 사용이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도 덧붙였다. 수도 베를린과 바이에른주, 작센주, 니더작센주 등은 앞서 ‘Z’ 표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흔히 반나치법이라 불리는 독일 형법 86조에 따르면 국제적 이해와 합의에 반하는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단체 또는 그 단체의 대체 조직임이 확정된 단체의 선전물을 국내에 반포하거나 전자기록물 등을 통해 접근을 용이하게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다분히 2차대전 시기 나치 독일 선전물을 겨냥한 법 조항이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이번에 ‘Z’ 표식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적 합의에 반하는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Z’ 표식이 ‘승리를 위하여(키릴문자 за победуㆍ라틴문자 za pobedu)’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후 ‘평화를 위하여(за мир)’ ‘진실을 위하여(за правду)’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러시아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서방 등 대다수 국가는 이를 혐오 표식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 정치권도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지지하고 나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민주당(SDF) 소속 미하엘 로스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Z’ 표식은 끔찍한 침략전쟁을 벌이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이라며 “‘Z’ 표식을 사용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러시아 정권의 하수인임을 자인하는 것이므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 기본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의견이 분분해 처벌 범위와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외르그 하이드리히 독일언론위원회 위원은 폴리티코유럽에 “합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결정하는 것은 법집행 기관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Z’ 표식에 형사처벌 카드를 꺼낸 국가는 독일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카자흐스탄 텡그리뉴스는 지난 1일 누르술탄시 당국이 후면 유리에 ‘Z’ 표식을 한 승용차 소유주에게 ‘차량 운행 규칙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물렸다고 보도했다. 체코 경찰도 ‘Z’ 표식을 공개적으로 부착하는 사람들을 조사할 것이라며 법적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현지 네오블리브니뉴스가 8일 전한 바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방법으로 'Z' 기호를 사용하는 것을 모든 국가에서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Z'는 러시아 전쟁 범죄, 도시 폭파,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 살해 등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