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이끄는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가 결국 발행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 정부의 언론 탄압을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이다.
노바야 가제타는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끝날 때까지 온라인ㆍ소셜미디어 뉴스 및 지면 신문 발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무라토프는 “존경받는 매체를 폐간에서 구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하며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러시아 정보ㆍ통신미디어 감독청인 ‘로스콤나드조르’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언론을 감시ㆍ규제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면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년 안에 두 차례 경고를 받은 매체에 대해선 법원이 강제 폐쇄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무라토프는 “로스콤나드조르로부터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소련 붕괴 이후인 1993년 설립된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비판적 탐사 보도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체첸 전쟁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실태를 비롯해 2015년 러시아 야권 지도자 넴초프 암살, 2016년 조세 회피처 관련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등이 대표적이다. 체첸 전쟁의 실상을 파헤쳤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를 비롯해 소속 기자 6명이 살해됐다.
1995년부터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을 맡고 있는 무라토프는 언론 자유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며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해 노벨평화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