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냉기류는 걷혔다... 靑 이전은 '해결', 추경·인사권은 '물음표'

입력
2022.03.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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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윤 당선인 171분 회동
文 "집무실 이전 예산, 협조하겠다"
尹측 "이명박 사면, 일절 논의 안 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이의 냉기류가 일단 걷혔다. 양측이 감정적으로 맞붙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놓고 문 대통령이 28일 "협조"를 약속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2시간 51분간 만찬 회동을 가졌다. 대선 이후 19일 만이었다. 두 사람은 '가장 늦게 만나 가장 오랜 시간 대화한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두 가지 기록을 동시에 썼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지난 16일 회동을 4시간 앞두고 무산됐다 극적으로 다시 성사됐다. 공공기관 인사권을 놓고 충돌한 양측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요란한 파열음을 냈다. 신구 권력 사이에 벌어진 초유의 갈등이었다.

28일 회동에서 집무실 이전 문제는 상당 부분 풀렸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을 이전할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회동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했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문민정권 때부터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꼭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는 조만간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윤 당선인 측이 요구한 집무실 이전 예산 496억 원에 대한 예비비 편성안을 상정해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장 비서실장은 “실무적인 이전 시기와 내용을 서로 공유해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월 10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견해와 이해가 엇갈리는 다른 쟁점 사안들에 대해 양측은 합의를 하지 않은 채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5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현 정부 임기 중에 편성하는 문제와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에 대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이 실무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양측 이견이 여전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인 50조 원대의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재정 여력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이 핵심인 인사권 문제는 감사원이 최근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는 판정을 내린 뒤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에 풀어야 할 난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비서실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구 권력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은 이날 회동의 핵심 의제로 거론됐었다. 윤 당선인이 건의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국민의힘 일부에서 오르내렸지만, "오늘 사면 문제는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고 장 비서실장은 전했다. 이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전 경기지사의 동반 사면 시나리오가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윤석열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한 논의도 이달 회동에서 없었다고 장 비서실장은 전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정권 이양기 한반도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 데 대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치의 누수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협의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문제를 잘 관리해서 정권을 이양하는 것이 현 정권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회동엔 유영민 대통령실장과 장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독대는 따로 없었다. 장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서로 너무 존중하는 가운데 회동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양측이 다시 만날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계획은 잡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은 ‘협조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손영하 기자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