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젤렌스키 회담 시기상조… 현재로선 비생산적”

입력
2022.03.28 22:20
"협상에서 합의 있어야"… 정상 간 담판 '거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5차 평화협상을 앞두고 양국 정상 간 만남에 부정적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28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현재로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중요 사안과 관련해 성과를 도출하거나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며 “중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양국 정상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비무장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포기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독립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친(親)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면서 양국 정상 간 담판을 요구했으나, 러시아는 “충분한 사전 조율이 돼야 한다”며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국은 29일 터키에서 5번째 협상을 이어간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세르비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정상 회담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나서 단순히 의견 교환만 하는 건 비생산적일 뿐”이라고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 회담은 모든 핵심 현안에 대한 결과가 명확해지는 대로 필요하다”며 ‘원칙적 동의’ 수준에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탈나치화 등을 또다시 되풀이하면서 “돈바스에서 8년간 지속된 살인을 끝내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지역 병합’으로 목표를 변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경제 재재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 수출국인 독일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 에너지 판매 대금을 루블화로 받기로 했으나 유럽이 루블화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유럽에 공짜로 천연가스를 내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러시아도 에너지 수출 금지로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에 맞불을 놓겠다는 뜻이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