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록, 6년 전에도 저랬다" VS "그렇다고 생방송에서 사람 치나"

입력
2022.03.29 08:00
27일 9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윌 스미스의 크리스 록 '손찌검' 논란에 美 SNS 반응
"양쪽 모두 잘못했다" 지적도

미국에서 27일(현지시간) 진행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농인 부모와 청인 자녀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 '코다'가 작품상을 수상하고, 배우 윤여정이 해당 작품에 출연한 트로이 코처를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수어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사건이 있었지만, 화제의 중심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윌 스미스와 진행자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가져가 버렸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크리스 록이 윌 스미스의 아내인 배우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삭발한 머리를 향해 "지 아이 제인(머리를 삭발한 배우 데미 무어가 미군 병사로 출연하는 영화) 2편에 출연하면 되겠다"고 언급하자, 화가 난 스미스가 록이 서 있는 무대로 걸어들어가 뺨을 때린 것이다. 스미스는 자리로 돌아가서도 분을 참지 못하며 "내 부인 이름을 입에 담지 마라"고 소리치고 욕설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 세계로 방송됐다.

록은 당황했지만 무대 진행을 계속했고, 스미스는 나중에 남우주연상을 받고 수상 소감 도중에 눈물을 흘리며 "아카데미 측에 사과한다"면서도 "사랑이 미친 짓을 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탈모증' 모르고 '삭발' 소재 농담한 크리스 록


'폭력 사건'은 "저게 짠 것이 아니라고?(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모두를 당황시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충격에 빠졌다. SNS에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크리스 록의 농담이 잘못됐다는 의견과 무대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이 고루 나왔다.

일단 록의 농담을 문제 삼는 쪽은 록의 소재 선정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핀켓 스미스는 2018년 원형 탈모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삭발한 것은 탈모증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흑인 여성의 절반 가까운 인원이 겪을 정도로 흔한 자가면역질환으로, 유명인 여성이 대중에게 공개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요소다.

록이 6년 전, 핀켓 스미스가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보이콧했던 2016년 시상식에 참석해 남긴 농담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록은 "핀켓 스미스가 아카데미를 보이콧한 건 내가 리아나(가수)의 속옷을 보이콧한다는 소리랑 같다"며 "초대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농담했다. 당시 핀켓 스미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농담에 대해 "늘상 있는 일이다. 그냥 넘어가자. 세상에 할 일이 많다"고 답했다.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


반면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을 중심으로 농담을 듣고 무대에 오른 윌 스미스의 행동을 문제 삼는 의견도 있었다. 내용이 어떻든 방송 중에 무대에 올라 연기자를 가격한 것은 옳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코미디언은 "지난 금요일 밤에도 청중의 한 명이 무대에 난입해 스피커를 던지려 했다"며 "누가 무대에서 맞는 장면을 재밌게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우 소피아 부시는 "폭력은 옳지 않다. 폭행은 답이 아니다. 또한 크리스(록)가 제이다(핀켓 스미스)를 놀린 것은 아카데미에서 이번이 두 번째고, 자가면역질환을 소재로 비난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스미스와 록) 둘 다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공식 계정은 28일 트위터에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크리스 록은 윌 스미스를 고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발생한 폭력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당사자들이 원한다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