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원인은 부실 설계, 부실 시공, 부실 감리가 결합한 '총체적 인재'였다는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공사 인허가 과정의 불법 재하도급 등 추가 비리 의혹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수사 결과 시공사(현대산업개발)와 하도급 업체, 감리 등의 과실이 복합 작용해 신축 중인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동 39층 아래층인 피트층(설비와 배관이 지나가는 층) 바닥이 무단 설치된 40여 톤짜리 역T자형 옹벽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고, 이후 낙하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하부층(38~23층) 연쇄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0월 건물 구조 검토도 없이 피트층 천장 슬래브 두께를 15㎝에서 35㎝로 바꾸고 거푸집도 재래식에서 덱 플레이트(철근 일체형 강판자재)로 변경하면서 역T자형 옹벽(콘크리트 지지대) 7개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등은 콘크리트 압축 강도 시험도 하지 않고 36~38층 지지대를 해체했고, 공사 지연 우려 등을 이유로 멋대로 피트층 시공 방식도 변경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피트층 아래 3개 층(36~38층)에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39층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졌고, 콘크리트 품질 관리가 미흡했던 것도 붕괴 원인으로 봤다. 경찰은 붕괴층(23~38층) 벽과 슬래브 등에서 콘크리트 시료(코어)를 채취해 강도 시험을 실시한 결과, 10개 층 이상에서 기준치(24㎫)를 충족하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최근 재해 조사 의견서를 통해 콘크리트 품질 불량을 연쇄 붕괴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경찰은 감리가 시공 방식 변경으로 콘크리트 지지대가 추가 설치되는 데도 이를 묵인했고, 지지대 설치(36~38층)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으며 콘크리트 품질 시험을 직접 하지 않은 채 타설을 승인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붕괴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는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8명과 하도급업체 관계자 5명, 감리 3명 등 모두 20명을 형사 입건해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부동산 시행업체가 해당 아파트 부지를 미등기 전매해 양도세를 포탈한 사실도 확인,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붕괴 사고는 구조검토 및 설계 하자와 시공 부실, 감리 부실이 서로 엮이면서 빚어진 참사"라며 "적극 감리 업무 수행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민사 책임을 면하도록 감리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기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