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중심 상하이도 봉쇄...식료품 두고 처절한 몸싸움까지

입력
2022.03.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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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강 기준으로 동·서 양분해 나흘씩 봉쇄
테슬라 공장 가동 중단 등 경제 타격 전망
중국 본토 확진 6,200명...우한 사태 이후 최다


인구 2,500만 명의 중국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도시를 양분해 반쪽씩 차단하는 초유의 '분단 봉쇄'에 먼저 봉쇄에 돌입한 반쪽은 생필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 간 충돌까지 빚어졌다. 상하이의 전면 봉쇄는 중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상하이시 당국은 28일부터 도시를 두 지역으로 양분하는 순차적 봉쇄 조치에 들어간다고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전날 밤 발표했다. 황푸강을 기준으로 동쪽 지역은 28일부터 나흘간 봉쇄해 이 지역 시민들을 전수 검사한 뒤 다시 내달 1일부터 나흘간 나머지 지역을 봉쇄하는 방식이다. 이달 초까지 대체로 잠잠했던 상하이의 신규 감염자 수는 24일 1,582명, 25일 2,269명, 26일 2,678명으로 집계된 데 이어 27일 처음으로 3,000명대(3,500명)를 넘어섰다.

봉쇄 기간 동안 시민들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버스나 지하철, 택시 등의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다. 또한 물, 전기, 가스, 통신 등 공공 서비스 업종을 제외한 직장은 모두 재택 근무를 실시한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2년간 후베이성 우한시, 산시성 시안시, 광둥성 선전시 등을 봉쇄해 왔으며, 현재도 인구 2,400만 명의 지린성을 봉쇄 중이다. 특히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점에서 이번 봉쇄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세계적인 전기차 생산 기업인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상하이는 중국의 금융·무역 중심지다. 상하이와 인근 지역인 장쑤성에는 SMIC, 화훙 등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의 본부와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이들 기업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글로벌 반도체 대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망했다.

전날 오후 8시에야 급작스럽게 발표된 봉쇄령 탓에 먼저 봉쇄 조치된 황푸강 동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나흘간 외출을 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시민들은 시내로 쏟아져 나왔고, 각 마트의 생필품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마트 매대 앞에서 식료품을 사이에 두고 처절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이게 중국의 경제 중심지라는 상하이의 모습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상하이 시민들 사이에선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신규 확진자 급증으로 상하이에선 "곧 봉쇄될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수일 전부터 돌았고, 이때마다 시 당국은 "루머를 믿지도 퍼뜨리지도 말라"고 당부해 왔다. 상하이의 한 교민은 "불안 불안하면서도 시 당국의 말을 믿었는데, 결국 봉쇄가 현실화하니 사람들 사이에 쌓였던 공포감이 폭발한 것 같다"고 전했다.

상하이시는 "감염병의 확산을 억제하고 인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감염병 정책을 방해하면 법에 따라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중국 전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6,215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2020년 2월 13일 1만5,115명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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