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날은 왜 없을까

입력
2022.03.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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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의사의 날

5월 12일은 국제간호사협의회(ICN)가 1971년 정한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간호사들의 헌신과 공헌을 기리고, 간호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자, 크림전쟁의 영국인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생일에 맞춰 제정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기리는 의사의 날은 없다. 대신 국가나 단체가 개별적으로 날을 정해 의사의 노고를 환기하는 곳들은 더러 있다. 예컨대 캐나다 의학협회는 여성참정권 운동가 겸 캐나다 첫 여성 외과의사 에밀리 스토우(Emily Stowe, 1831~1903)의 생일인 5월 1일을 의사의 날로 정했고, 쿠바는 황열병 연구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한 카를로스 후안 핀레이(Carlos Juan Finlay, 1833~1915)의 생일인 12월 3일을 의사의 날로 기념한다. 인도 독립운동에 기여하고 독립 후 국가 보건정책의 기초를 닦은 의사 비단 찬드라 로이(Bidhan Chandra Roy, 1882~1962)의 생일인 7월 1일은 인도 의사의 날이고, 페르시아 철학자 겸 의학자로 '의학 전범'이란 책을 남긴 애비서너(혹은 애비시나 Avicenna, 980~1037)의 생일(8월 23일)이 이란 의사의 날이다. 미국은 조지아주 제퍼슨의 외과의사 크로퍼드 롱(Crawford Long, 1815~1878)이 한 환자의 목 종양 제거수술을 하며 황산에테르를 적신 수건으로 처음 마취를 시행했다고 알려진 1842년 3월 30일을 의사의 날로 제정했고, 1990년 미국 정부가 공식 기념일로 선포했다.

한국전쟁 전시 임시수도 부산에 복음병원을 세워 평생 인술을 베풀고 공적의료보험을 제정해 오늘날 의료보험의 기틀을 다진 성산 장기려 박사, 일본서 유학한 한국인 최초의 양의로서 의료 근대화와 의료인 양성, 한국 최초 의사단체인 의사연구회를 설립한 김익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감염자를 치료하다 숨진 10여 명의 의사들이 있지만, 서울시의사회가 자축하는 서울시의사의 날(6월3일)이 있을 뿐, 한국엔 의사의 날이 없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