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선 보안이 생명인데...감청 쉬운 휴대전화로 교신하는 러시아군

입력
2022.03.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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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전략 노출되는 휴대전화로 통신
장성 7명 사살되는 등 사기저하의 원인 지목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일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통신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이 생명인 전장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감청에 쉽게 노출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러시아군이 전쟁터에서 놀라울 정도의 빈도로 스마트폰이나 PTT 단말기(Push To Talk Radio) 무전기를 사용해 교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청이나 도청에 쉽게 노출되는 통신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러시아군이 작전을 수행하는 데 큰 장애를 겪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통신내용을 엿들은 우크라이나군의 표적이 되거나, 이를 이용한 역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는 전장에서 러시아군의 지휘통제를 쉽게 파악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군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위치나 작전 노출 등을 우려한 일부 러시아군 수뇌부는 병사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대신 러시아군은 PTT 등 단말기를 이용하는데, 이 역시 보안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마추어 무선통신사들이 ‘웹 SDR’와 같은 사이트를 이용해 러시아군의 작전 내용을 엿들을 수 있을 정도라는 평가다.

개전 이후 러시아군 장성 7명이 우크라이나군에 사살된 것도 스마트폰 위치정보 노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러시아군이 동상에 시달리고, 연료ㆍ탄약 등 물자 부족에 사기 저하를 겪고 있다는 우크라이나군의 발표 역시 감청의 결과다. 러시아군 장병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우크라이나군이 그와 통화해 항복을 종용했고, 해당 러시아군이 탱크를 몰고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한 사례도 나왔다. 속전속결로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낼 것으로 예상했던 러시아군이 통신 보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결과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군이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통신보안 수단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WP에 “그들(러시아군)이 최근 새로운 통신 도구 사용을 훨씬 더 많이 늘렸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