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사 재개…여야, 검찰권 행사 자의적 해석 말아야

입력
2022.03.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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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며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3년 만에 재개했다. 검찰이 정권 교체 직후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을 정조준하자 표적ㆍ보복 수사라는 지적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잘못 행사된 검찰권이라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다만 새 정부가 원전 수사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방위 사정의 계기로 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백운규 당시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산업부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발전사 4곳 사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흡사한 사건임에도 서울동부지검이 맡은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동부지검장에 친정부 인사가 잇따라 임명되면서 수사는 사실상 실종되고 말았다. 검찰이 권력 눈치를 보느라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정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다소 늦긴 했지만 블랙리스트 의혹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왜곡 의혹까지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원전 수사뿐 아니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 등도 검찰을 이용한 문재인 정부의 비리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사정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한다면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도 과도한 대응을 자제하기 바란다. 민주당 일각에서 원전 수사 재개를 표적ㆍ보복 수사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본부장(본인ㆍ부인ㆍ장모) 특검’ 등으로 맞불을 놓는 모양이지만 실효성 없는 공세에 불과하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수완박’ 드라이브 또한 수사ㆍ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공수처 등의 현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 직권의 대장동 특검법안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대장동 특검은 국회에서 여야 협의로 타결하는 게 순리다. 신구 권력 모두 검찰을 입맛대로 행사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