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 차례 회동이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28일 만난다.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으로 역대 가장 늦은 대통령과 당선인의 대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논평 그대로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코로나19 대유행 등 시급한 현안을 앞에 두고 신구 권력의 충돌을 바라보는 국민 불안이 컸던 만큼 이제라도 두 사람이 충실하게 인수인계해 국정 공백이 없도록 하기를 바란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27일 “의제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라고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의 회동은 구체적 성과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이 현안에 대해 두루 인수인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간 만남을 가로막았던 한국은행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는 이미 인선이 끝났거나 미루기로 가닥이 잡혔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논란 중인 청와대 이전 예비비 승인이나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현 정부가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윤 당선인은 자기 임기 중에 책임 있게 추진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긴장감이 고조된 안보와 경제 위기에 공백 없이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한국 경제는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난관에 부닥쳤고 북한은 권력 교체기를 맞아 도발 수위를 한껏 높였다. 오미크론 대유행도 정점 언저리에 있어 여전히 위중증 환자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때다. 잘못 대응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문제들이어서 조금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되는 시기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예비비를 얻어내는 것보다 외교 안보 방역 등 현안에 대해 충분히 듣고 조언을 구하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 뒤늦은 회동이나마 국민의 불안을 씻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