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체가 ‘화성-17형’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화성-17형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한미는 여전히 ‘조작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 조작 외에도 군 감시망에 걸린 여러 수상한 정황이 근거다.
27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다양한 관측 자료를 토대로 북한이 발사한 신형 ICBM을 실은 2017년 11월 발사했던 화성-15형 또는 그 개량형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성-17형 조작설을 입증하는 최우선 근거는 북한이 25일 공개한 발사 사진 및 영상에서 포착됐다. ICBM 발사 당일 평양 순안비행장 날씨는 흐렸는데, 사진들을 보면 하늘이 맑거나 옅은 구름만 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오후 2시 34분쯤으로 탐지된 발사 시간에 견줘, 북서쪽 방향으로 형성된 ICBM 발사대 그림자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27일과 이달 5, 16일 오전 화성-17형 시험발사 때 찍은 사진과 영상을 섞어 24일 쏜 것처럼 속였다는 분석이다.
물론 사진ㆍ영상에만 기대 미사일의 기종을 규정해선 안 된다는 반론 역시 있다. 홍보자료를 미리 만들기 위해 과거 찍어둔 자료를 일부 활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정보자산에 노출된 순안비행장에서 대놓고 발사한 점으로 미뤄 굳이 위장할 까닭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 밴 디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차관보는 전날 미국의소리(VOA)방송 인터뷰에서 “궤적이 화성-15형보다는 화성-17형에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날씨 말고도 화성-17형 무게설을 반박할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화성-15형 또는 그와 유사한 ICBM을 발사장으로 옮기는 장면,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 등을 한미가 포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국이 최근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 사실을 알아채고, 언론을 통해 꾸준히 도발을 경고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는 특히 열감지 센서가 있는 위성 자료를 분석해 24일 발사된 ICBM의 엔진 노즐 개수가 화성-15형과 동일한 2개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17형의 노즐은 4개인 만큼, 조작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양국이 ICBM의 정체를 사실상 화성-15형으로 결론 내리면서 관심은 북한의 기만 의도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성능 시험을 위해 화성-17형을 쐈지만 공중에서 폭발한 16일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동식발사대(TEL) 위에서 ICBM을 기립시켜 발사하는 등 확실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4년 전 화성-15형을 지상 발사대에 거치한 뒤 쏜 것과 달리 이번에는 TEL에서 직접 발사에 성공했다. 언제 어디서든 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뜻으로, 한미의 감시 및 요격은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
일각에선 조작이 외려 위험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이 정도 사안을 속이려 했다면, 정말 한계에 부닥친 것 같다”면서 “조작설을 자칫 잘못 제기할 경우 도발 강도를 더욱 높이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