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에 대한 비판을 이어 가면서 지난해 8월 전장연과 만난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전장연 측은 당시 면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제대로 진전되지 않아 다시 집회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제가 당대표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와 면담이 있었다"면서 "저는 장애인 이동권을 확대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얘기했고, 저상버스 확대 도입에 찬성한다고 했더니 이동권 문제에 대해선 아무 이견 없이 시설장애인 탈시설 문제 등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에 서울시민의 출퇴근을 볼모 삼아 시위를 하시면서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갑자기 윤석열 당선인, 안철수 위원장 등을 만나게 해주면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한다"며 "박 대표가 이미 작년에 나도 만나고 윤석열 당선인도 출구를 막아서서 대화했다. 우리 당 송석준 의원을 담당자로 지정해서 저희는 입법도 했고 법 통과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우리가 언제 여론이 약화되니까 갑자기 윤석열, 안철수 위원장을 만나달라고 했나. 그와 관계없이 요구했던 사항"이라면서 "대통령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고 TV토론이 시작되고 4명의 후보에게 똑같이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찾아가 기자회견을 수차례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21년 12월 3일부터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는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 투쟁을 어제(25일)까지 24번째 했다"며 "(여론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면 처음부터 여론은 나빴다. 지하철 타면 우리의 요구가 무엇인지 관계없이 무조건 지하철 막혔다는 이야기만하는 주류언론과 속보들이 있었고,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 맞서기 작업도 있고 해서 여론이 좋을 리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 대표와 면담한 사실이 있지만, 이 대표의 주장처럼 관련 입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당대표에게 카톡을 보냈고, 부탁한다고 했는데 관련 의원들에게 전달한다고 하고, 전달받았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윤석열 후보가 현장에서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송석준 의원에게 전화해서 교통약자법 개정하라고 했고, 여야 모두 찬성해서 통과됐는데, 그때 특별교통수단운영비 지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통과시켜버린 의원이 송석준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그래서 (국힘의 태도가) 또 우리가 지하철을 출근길에 타게 된 주요한 원인임을 알려드린다"면서 "국힘의 의원들이 제대로 우리의 요구를 듣고 책임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당대표님이 좀 더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장연에서 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변재원 활동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당대표께서 각 법안의 소위 담당 의원과의 면담 자리를 추진하고, 보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정책담당자로서 명확히 기억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표께서는 '일부 시내버스 노선의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추진 의견을 낸 것 말고는 실제 이 법의 통과를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면서 "12월 8일 윤 당선인에게 장애인 운동가들이 기습 면담 요청을 하고 다음 날 안건 상정 논의가 시작될 때까지 4개월 동안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측은 '지하철 출근 시위'라는 전장연의 운동 방식에 대해서도 논쟁을 벌였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일명 '할머니 임종 방해 영상'이 있다. 그런데 이 대표가 공유해 놓은 문제의 영상은 인터넷에서 앞뒤를 잘라 배포된 일명 '악마의 편집'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는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가야 한다"는 한 시민의 말에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답한 장면만 담겨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회장은 바로 뒤에 "나도 비슷한 일을 겪어 봐서 그 마음 잘 안다. 몇 년 전에 어머니 임종이 가까워 왔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장애인콜택시 배차가 안 돼서 병원에 가지 못했다"면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서울교통공사가 내부 문건에서 '전장연 측의 결정적 미스'로 지목하면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알린 사건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나중에 영상 편집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할머니의 임종을 맞으러 가야 한다는 시민의 울부짖음에 “버스 타세요”라고 답하는 모습은 비판받아 마땅한 모습"이라면서 "여론이 안 좋아지자 계속 그 영상이 조작되었다고 하는 중이던데, 그 영상은 조작된 게 없다. 그런 엄청난 말을 해놓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사과하는 부분이 포함 안 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경석 대표는 "조작된 것이 없다는데, 그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했는데 뒷부분은 빼버리고 편집된 내용을 이야기한 것"이라면서 '악마의 편집'에 대한 지적을 했다. 그는 "이준석 당대표와 출근길 막혀서 불편했던 시민들은 나머지 부분은 볼 마음도 없겠고 그 순간만 지나면 또 사라지는 것이니까 당신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외에도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방해 투쟁은 이미 국민에게 소구력이 없다"면서 "전장연의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100%가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서울시민 불특정 다수를 볼모 삼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선거(대선)의 히트상품이었던 59초 쇼츠공약의 세 번째 공약이 광역, 시외버스에 저상버스 확대였는데 내가 선정했고 스크립트도 직접 썼다"며 "그 영상은 최소 100만 회 이상 국민들에게 조회되었고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해서 전장연이 했던 어떤 캠페인보다 광범위하게 많은 국민들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장연은 조건을 달지 말고 당장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를 중단하라"며 "중단하지 않으면 제가 전장연이 불법시위하는 현장으로 가서 공개적으로 제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경석 대표는 "(운동의) 소구력이 있고 없고는 당대표님 혼자 판결내린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이준석 당대표의 위치는 이 문제를 국힘과 윤석열 당선인이 해결하도록 책임 있는 자리를 만들어 소통하고 협의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좋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장연은 이미 인수위에서 책임 있는 답을 가지고 (인수위에) 면담을 해줄 약속을 잡으면 출근길에 지하철 타는 것을 멈추겠다고 했다"면서 "직접 현장에 오셔서 우리를 막겠다고 하시니, 그때 면담 약속도 같이 가져오면 더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