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州) 캔자스시티 교외에 있는 작은 라디오 방송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논란에 휩싸였다. 돈을 받고 러시아 국영방송을 대신 틀어주던 미국 내 방송국 2곳 중 하나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방송 중단 압박이 이어지면서 언론의 자유 논쟁으로도 비화했다.
26일(현지시간) 미 AP통신에 따르면 미주리주 리버티에 있는 KCXL 라디오방송은 러시아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라디오 스푸트니크’ 프로그램을 매일 3시간씩 두 번 방송하고 있다. KCXL을 운영하는 피터 샤텔은 방송 예산 부족 때문에 2020년 1월부터 매달 5,000달러를 받고 러시아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방송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샤텔은 AP에 “사람들이 나와 아내를 미국의 반역자라고 비난하고 때때로 위협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라디오 스푸트니크는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미디어그룹인 로시야 세고드냐 미국 지사가 제작한다. 최근 KCXL에서 방송된 ‘더 크리티컬 아워’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적은 나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근거 없는 주장과 거짓말이 반복됐다고 AP는 전했다.
전미방송인연합회(NAB)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나 러시아 대리인과 연계된 국영방송의 방송 중단을 촉구했다. NAB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열렬한 옹호자’라고 하면서도 “미국이 오보(misinformation)에 맞서고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완전히 단결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현지 신문인 캔자스시티 스타도 사설에서 “KCXL에 푸틴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조언한다. 러시아 대통령은 희생자도, 전쟁영웅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여론은 러시아에 비판적이다. 24일 공개된 AP와 미 공공문제연구센터(NORC) 여론조사 결과 러시아 경제 제재를 찬성하는 미국인은 78%,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지지 답변자도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미 CBS방송 여론조사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대응이 너무 강하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다만 당장 KCXL의 러시아 방송을 막을 길은 없다. 샤텔은 계약 기간인 올해 말까지는 라디오 스푸트니크 방송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라디오와 TV 방송 면허를 규제하는 연방통신위원회도 의도적으로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음란ㆍ외설ㆍ불경스러운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 한 콘텐츠를 검열하지 않는다고 AP는 전했다.
“미국의 모든 라디오 방송국 소유주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방송할 권리가 있다”(로이 거터먼 미 시라큐스대 툴리 언론자유센터 소장)는 언론의 자유 옹호 논리도 있다.